칼럼읽다 918

오천 원만 주면 키스해주는 놈

오천 원만 주면 키스해주는 놈입력 : 2024.06.26 20:37 수정 : 2024.06.26. 20:38 복길 자유기고가  인터넷 소설 오천 원만 주면 키스해주는 놈>의 주인공은 학교 옥상에서 단돈 5000원에 ‘키스장사’를 하는 남고생 은서현이다. 소설이 연재된 2006년 기준 최저시급은 3100원이었으니 은서현은 시급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에 자신의 키스를 판 것이다. 현재 물가를 적용하면 은서현의 키스 서비스 가격은 회당 1만5000원이다.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1만5000원만 주면 키스를 해주는 놈이 있는데 그 가격이 과연 적절한 것 같으냐고. 엄마는 나를 몇 차례나 무시하다가 겨우 대답을 해주었다. “그게 무슨 장사야. 시급은 왜 따지고 앉아 있어.” 나는 똑같은 질문을 챗GPT에게도 해봤..

칼럼읽다 10:23:08

순응하는 교육에 미래는 없다

순응하는 교육에 미래는 없다 [김상균의 메타버스]수정 2024-06-26 18:49 등록 2024-06-26 18:34  김상균 | 인지과학자·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학교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교과서대로 해서, 부모님이 짜준 일정표대로 학원에 열심히 다녀서, 이 뒤에 어떤 말이 따라오면 적절할까?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하는 인터뷰가 떠오른다. 그래서 입시라는 관문을 넘었다는 뻔한 이야기 말이다. 그들은 사회가 정한 기준을 잘 맞춰냈다. 다른 친구들보다 좀 더 잘 맞춰냈기에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큰 성취를 이뤘다고 볼 수 있을까? 섭섭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취란 뾰족한 목표를 이룬 것에 어울리는 표현인데, 그들이 명문대, 특정 학과에 입학했다고 ..

칼럼읽다 2024.06.29

밥맛에 대하여

밥맛에 대하여입력 : 2024.06.27 20:38 수정 : 2024.06.27. 20:41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에잇 밥맛이야, 라고 할 때 누구나 쉽게 떠올릴 얼굴도 몇몇 있겠지만 사실 밥맛이 쉬운 맛은 아니다. 그렇게 만만하게 대접할 맛은 더더구나 아니다. 쌀이 간직했던 맛, 물이 찰지게 만든 맛, 빈 들판의 정기가 곤두서는 맛. 백반집에 가서 꽤 맛있는 국과 반찬이 나와도 밥이 별로면 그 식당에 다신 안 가게 된다. 훤칠한 나무를 키우기 위해 산이 우람하게 있듯, 또 그만큼의 용도로 텅 빈 들판이 있고, 거기에서 벼와 보리를 비롯한 각종 작물이 자란다. 가축화와 작물화. 외양간에 소를 가두고 논에서 벼를 거두지 않았다면 인류는 식량을 찾아 지금도 거친 들판을 헤매고 다녀야 하지 않았을까. 나무..

칼럼읽다 2024.06.28

MBTI

MBTI입력 : 2024.06.26 20:34 수정 : 2024.06.26. 20:36 장동석 출판평론가  얼마 전부터 몇몇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너 T야?” 그들은 하나같이 내 대답을 듣기 전에 스스로 답한다. “T 맞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T(Thinking)형 인간이 되었다. 세상에나, 내가 진실과 사실에 관심이 많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심지어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유형의 사람이라는 걸 얼마 전에서야 알았다. 풍문으로 들은 T의 반대 성향은 F(Feeling)라는데, 사람과 관계에 관심이 많고, 공감 잘하고, 주관적 판단에 강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혈액형이나 별자리 등등으로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구분하는 일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당연히 MBTI 검..

칼럼읽다 2024.06.27

아이들 문예체 교육, 국가가 책임집시다 [왜냐면]

아이들 문예체 교육, 국가가 책임집시다 [왜냐면]수정 2024-06-24 19:09 등록 2024-06-24 19:00  클립아트코리아  천경호 |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면 피아노 학원 앞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거든요. 피아노 학원 앞에서 어머니께 떼를 쓰던 저는 끝내 피아노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사실 저는 다니지 못할 거라는 걸 아마 알고 있었을 겁니다. 친구들 다 다니는 태권도장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도장비는커녕 도복비 낼 돈도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어릴 적 제가 제일 먼저 배운 건, 배우고 싶은 걸 포기하는 일이었습니다. 괜찮다. 어쩔 수 없다.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께 가슴 아픈 일을 만들어 드리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아직도 ..

칼럼읽다 2024.06.26

한국어 교육과 한자 교육

한국어 교육과 한자 교육입력 : 2024.06.25 20:48 수정 : 2024.06.25. 20:49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은은한 장미 향기처럼 소박하면서 매력적인 도시, 불가리아 소피아에 와 있다. 30년 역사의 소피아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는 귀한 기회를 얻어서, 삼만리 길도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어를 배워 K팝을 부르는 것이 관심사인 학생들에게 고전문학을 진지하게 소개하는 일이 가능할지 걱정이었는데, 끝까지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모습이 참 고맙고 놀라웠다. 시대와 언어를 넘어 공감을 주는 문학의 힘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소피아대학과 세종학당의 교원들이 참여한 간담회 자리에서 지원이 더 필요한 부분을 묻자, 현지인 교원이 꺼내는 첫마디가 한자 교육에 대한 수요였다. ..

칼럼읽다 2024.06.26

올여름이 제일 시원할 것입니다

올여름이 제일 시원할 것입니다입력 : 2024.06.24 20:19 수정 : 2024.06.24. 20:21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아침부터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반갑기 그지없다. 사실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지 않기에 여름 장마 기간은 늘 피하고 싶은 시즌이지만 이번은 다르다. 며칠간 이어지던 폭염으로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도 전에 더위 맛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동안 기후변화에 의문을 갖던 분들도 이제야 기후변화를 실감한다고 할 정도였다. 게다가 지금 이 폭염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여기저기 지구가 끓어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는 계속 뜨거워져 여름철 폭염의 강도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기후과학자들의 예측 그대로 세상은 움직이..

칼럼읽다 2024.06.25

‘가속노화’ 시대의 기묘한 ‘세대공감’

‘가속노화’ 시대의 기묘한 ‘세대공감’입력 : 2024.04.28. 20:38 고미숙 고전평론가  나는 고전평론가다. ‘고전의 지혜’를 현대인의 ‘삶의 현장’과 연결시켜 주는 전령사라는 뜻이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냥 백수다. 또 사회적인 범주로는 60대 독거노인이다. 좀 처량해 보이지만 나름 ‘명랑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1인 가구가 대세가 되었고, 그것도 전 연령에 걸쳐 있다고 한다. 그럼 이렇게 분화된 1인들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될까? 이것은 정치경제학을 넘어 인류학적 과제에 속한다. 이런 차원에서 일단 내 주변의 상황부터 추적, 관찰을 시도해 보았다. 나의 일상은 주로 남산 아래 필동에 있는 공부공동체(감이당&남산강학원)에서 이뤄진다. 감이당은 6080세대가, 남산강학원은 20..

칼럼읽다 2024.06.24

돌멩이, 이층, 카프카

돌멩이, 이층, 카프카입력 : 2024.06.20. 20:55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일은 꼬이고 울적해 발길에 걸리는 대로 걷어차며 걸을 때, 아무 잘못도 없이 애꿎게 당하는 건 대개 돌멩이거나 나뭇가지인데 그냥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던 발끝에서 옛생각 하나 몰려나오기도 한다. 어린 시절 뒹군 고향의 이웃 마을은 거창군 고제면이다. 한자로 高梯, 하늘에 걸친 ‘높은 사다리’라는 뜻. 덕유산 자락인 고제는 한때 금 광산도 있고, 오일장도 열리며 번성했으나, 옛 자취는 흔적 없고 그 시절을 기억해 줄 어른들마저 사다리 타고 거의 다 올라가신 듯하다. 지금은 농협 하나로마트가 그나마 큰 건물이고, 보건소와 면사무소는 시무룩하게 서 있을 뿐이다. 그 곁에서 눈을 씻고 보면 ‘높은 다리’가 뱀 허물처럼 앉아 있..

칼럼읽다 2024.06.23

몸의 일기를 쓴다

몸의 일기를 쓴다입력 : 2024.06.20 20:53 수정 : 2024.06.20. 20:56 이희경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대표  얼마 전 후배가 74세의 딩크족 노부부에 대한 다큐 한 편을 소개했다. 핵심은 ‘느림’이었다. 70대가 되면 ‘후다닥’ 밥을 차리는 게 불가능한 몸이 된다는 것이다. 노년 코하우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나에게 후배는 “그냥 넓은 집에서 친구들과 다 같이 사세요. 70, 80대가 되어서 각자 공간을 갖는 게 의미가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사실 그 프로젝트에서 비용이나 건축법 못지않게 고민이 된 것은 ‘늙은 몸’에 대한 구체성이었다. 건물 안에 엘리베이터가 필요할까? 몇살까지 운전할 수 있을까? 늙은 몸이 도통 가늠되지 않을 때 나는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를 다시 읽는..

칼럼읽다 202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