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918

그럴 수 있지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럴 수 있지요, 그래도 괜찮아요입력 : 2024.05.28 20:41 수정 : 2024.05.28. 20:42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월과 5월은 사람들의 감정이 요동치는 시기이다. 내담자분들과 우울감, 감정기복과 충동성, 불안감, 관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다루었다. 감정의 파고가 가라앉는 요즘 자주 만나는 복합적이면서 강력한 정서가 있다. - 연인과 싸웠는데 제가 성격에 문제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제 탓 같아요. - 점심시간에 부서가 함께 식사를 하는데 그때 뭔가 실수를 저지를 것 같아서 긴장되고 밥도 잘 못 먹어요. - 친구가 저와의 약속을 자꾸 미루어서 섭섭하고 화가 나는데, 제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기 두려워서 거리만 두고 있어요. -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화를 내는 제가 평범한 ..

칼럼읽다 2024.05.29

꿀벌에게 희망을 [정끝별의 소소한 시선]

꿀벌에게 희망을 [정끝별의 소소한 시선]수정 2024-05-27 09:13 등록 2024-05-27 09:00  이십대 청년이 먼저 읽고 그리다. 김재영  정끝별 | 시인·이화여대 교수  “꿀벌이 완전히 사라지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단 4년뿐이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인간이성애”. 박참새 시인의 시 제목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고 1999년 벨기에로 시위하러 온 프랑스 양봉업자들이 한 말이란다. 그러거나 말거나, 꿀을 좋아하고 꿀벌을 좋아하는 만큼 나는 이 시 구절이 좋다! 내가 꿀벌에 꽂힌 이유는 꿀벌을 내 이름 끝별로 자주 오독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내게 꿀은 끝, 꿈, 꽃으로 치환되고, 벌은 별, 볕, 빛과 유유상종한다. 이 여덟 글자는 내가 추앙하는 단음절의 순 한..

칼럼읽다 2024.05.28

바보야, 문제는 ‘인복’이라니까!

바보야, 문제는 ‘인복’이라니까!입력 : 2024.05.26 20:32 수정 : 2024.05.26. 20:33 고미숙 고전평론가  고전평론가로 오랫동안 전국 곳곳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덕분에 시대의 변화상을 다방면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예컨대, 20세기엔 노동자들이 야학을 했지만, 요즘은 CEO들이 새벽에 인문학을 한다. 또 이전엔 남성들이 지식을 독점했지만 요즘 모든 인문학 강연장의 90%는 여성이다. 여성의 뇌는 감성편향이라 이성적 사유는 좀 어렵다고 했던 담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가장 놀라운 변화는 청년들의 무기력이다. 중고생들은 허리를 곧추세우기가 어려울 지경이고, 대학생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에 짓눌려 있다. 이 청년들을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해온 부모와 교육당국자들은..

칼럼읽다 2024.05.27

파종을 지나 가꾸는 계절로 들어서며

파종을 지나 가꾸는 계절로 들어서며 [똑똑! 한국사회]수정 2024-05-22 19:17 등록 2024-05-22 17:21  원혜덕 | 평화나무농장 농부  달력의 계절로는 봄의 끝자락이지만 체감으로는 이미 여름이다. 5월의 꽃인 아까시꽃과 함박꽃은 활짝 피었다가 지고 있다. 씨앗을 심고 모종을 내다 심는 일도 이 계절에 맞춰 끝나가고 있다. 땅에 씨앗을 심는 일은 농사의 시작이자 절반이다. 수확이라는 마지막 과정이 있고 그 결실을 위해 농사를 짓지만 농사의 대부분은 심고 기르는 과정이다. 1월 말에 온상에 고추씨를 넣은 것으로 시작한 파종은 모종으로 기르는 기간과 밭에 내다 심는 시기에 맞춰 토마토, 봄배추, 참외, 호박 등으로 이어졌다. 파종하여 기른 모종들 중에서 빨리 자라고 추위에 강한 잎채소들은..

칼럼읽다 2024.05.26

연습의 즐거움

연습의 즐거움 [한경록의 캡틴락 항해일지]수정 2024-05-19 19:12등록 2024-05-19 18:58  ‘크라잉넛’ 기타리스트 이상면이 먼저 읽고 그리다.  한경록 | 밴드 ‘크라잉넛’ 베이시스트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는데 마음만 분주한 날들이 있다. 마음은 바쁜데 막상 일은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나는 일단 정리 정돈을 한다. 몸을 움직이니 가벼운 운동도 되고,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동선까지 염두에 둬서 물건들을 정리하려면 뇌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스트레칭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마음이 안 잡힐 때가 있다. 그럴 땐 멍한 마음으로 베이스 기타를 목탁 두드리듯 둥둥거리며 연주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크라잉넛은 1995년부터 홍대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공연을 시작..

칼럼읽다 2024.05.25

아지랑이

아지랑이입력 : 2024.05.22 20:46 수정 : 2024.05.22. 20:48  요즘 날씨가 참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1년 365일 이런 날씨가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따사로운 늦봄이다. 어린 시절 봄은 어머니의 냉잇국으로 시작해 가려운 눈가와 재채기를 지나 시원한 열무국수로 끝났다. 요즘에는 자동차 에어컨을 켜면서 봄이 여름으로 바뀌는 계절의 변화를 불현듯 깨닫기도 한다. 햇볕으로 뜨거워진 차 안에서 어느 날 에어컨을 켜기 시작할 무렵이면 또 다른 초여름의 낯익은 풍경이 있다. 자동차 앞 유리 너머 거리의 풍경이 아른거린다. 햇볕으로 뜨거워진 도로와 앞차 지붕에서 아지랑이가 꼼지락꼼지락 피어오른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투명한 공기도 엄연히 존재하는 물질이다. 물리학에서 ..

칼럼읽다 2024.05.23

대자보 하나 붙지 않는, 침묵의 캠퍼스 [김누리 칼럼]

대자보 하나 붙지 않는, 침묵의 캠퍼스 [김누리 칼럼] 독일 대학이 세계의 모든 고통과 억압에 항의하며 ‘시끄러운’ 반면, 한국 대학은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조용하다’. 독일 대학이 중요한 정치적 공론장이라면, 한국 대학은 정치의 무풍지대다. 거기선 세상에 무슨 비극이 벌어져도 대자보 하나 붙는 일이 없다. 수정 2024-05-15 14:56등록 2024-05-15 07:00  김누리 | 중앙대 교수(독문학)  “대학이 시끄럽다. 학생들이 ‘친팔레스타인 항의시위’를 위해 대학의 강의실, 건물, 광장을 점거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이번 주 메인 칼럼(Leitartikel)의 첫 문장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과 학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세계 대학으로..

칼럼읽다 2024.05.21

슬플 것 같아요

슬플 것 같아요입력 : 2024.05.20 20:45 수정 : 2024.05.20. 20:46 변재원 작가  얼마 전, 한 중학교에서 장애인 인권교육 강의를 마친 뒤 질문 시간에 한 여학생이 나에게 장애인이 되어 억울하냐고 물어보았다. 정확히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로 장애인이 된 게 원망스럽냐는 질문이었다. 질문한 학생을 보며 말했다. 처음에는 원망스럽지 않다가, 언젠가 문득 원망스러웠다가, 이내 다시 원망스럽지 않게 되었다고. 연이은 수술을 거치며 줄곧 병실에 누워 있던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삶은 힘겨웠지만, 이상하게도 의사를 원망한 적은 없었다. 장애, 마비, 질병을 감내하는 시간 자체는 나에게 원망으로 기억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문득 스무 살 성인이 되어 대학에 가고, 처음 좋아하는 사..

칼럼읽다 2024.05.21

부자가 되면 안 되는 까닭 2

부자가 되면 안 되는 까닭 2입력 : 2024.05.19 20:44 수정 : 2024.05.19. 20:45 서정홍 산골 농부  ‘부자’란 재산이 많은 사람이다. 얼마나 재산이 많으면 ‘부자는 망해도 3년 먹을 것은 있다’는 속담까지 있을까?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살기도 아니,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빠듯한 사람이 수두룩한데 말이다. 더구나 요즘 부자는 3년이 아니라 30년, 300년을 일하지 않고도 먹을 것이 남아돈다고 한다. 오늘 아침 TV 뉴스를 보던 마을 어르신이 푸념을 늘어놓으신다. “아이고, 저 썩을 놈은 큰 죄를 짓고 감옥에 가도 무신 걱정이 있겠노.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은행에 넣어둔 이자가 불어난다 안 카나.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아이가. 그라이 우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겠노..

칼럼읽다 2024.05.20

돌봄 살인

돌봄 살인입력 : 2024.05.19 20:40 수정 : 2024.05.19. 20:41 김만권 정치철학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지난 5월3일 대구지방법원 법정에서 예순이 넘은 아버지가 토로한 절규에 가까운 참회였다. 도대체 아버지는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이토록 고통스러워했던 걸까? 아버지의 비공식적인 죄명은 ‘돌봄 살인’이었다. 아버지는 지적 장애가 있는 서른아홉 살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장에 섰다. 1984년 아이가 이 세상에 온 이후 아버지는 직장도 그만두고 아이의 돌봄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아들이 스무 살이 되자 시설에 맡기기도 했지만 10년 만에 뇌출혈로 쓰러..

칼럼읽다 202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