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918

로컬 부자 선언

로컬 부자 선언입력 : 2024.06.05 20:40 수정 : 2024.06.05. 20:41 서진영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저자  최근 유튜브에서 서비스되는 맛집 탐방 콘텐츠 또간집>을 꼬박 챙겨본다. 거침없는 캐릭터의 진행자가 쏟아내는 입담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격한 반응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온라인상에 차고 넘치는 맛집 탐방 콘텐츠 가운데 내가 유독 또간집>에 호감을 느낀 이유가 영상 자체의 재미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몇편을 연이어 보면서 알아챘다. 진행자는 예고 없이 한 지역으로 나선다. 길에서 즉흥적으로 인터뷰를 시도한다. 맛있어서 최소 두 번 이상 가본 맛집을 추천받는다. 참인지 거짓인지는 영수증으로 가늠한다. 영상 끝에 그날 추천받아 방문한 서너 곳 가운데 ‘또 갈 집..

칼럼읽다 2024.06.06

낭만이 사라진 이유에 대하여

낭만이 사라진 이유에 대하여입력 : 2024.06.04 20:24 수정 : 2024.06.04. 20:25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낭만이 떠난 지도 오래되었다. 격정도 함께 떠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비가 와도,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을 찾지 않는다. 낭만은 어디로 떠났을까? 여러 해명이 가능하다. ‘먹고사니즘’ 탓일 수도 있고 ‘귀차니즘’ 탓일 수도 있다. 혹자는 각자도생의 시대를 견디며 하루를 버티고 삶을 이어가고, 혹자는 ‘소확행’의 즐거움으로 하루를 꾸미며 인생을 장식한다. 소위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다. 뭔가 부족해 보인다. 이게 낭만이 사라진 시대의 풍경일 것이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허전한 시대 풍조가 그 한 이유일 것이다. 물론 전혀 다..

칼럼읽다 2024.06.05

서울 사는 '베이비부머', 노후엔 여기로 간답니다

서울 사는 '베이비부머', 노후엔 여기로 간답니다노후 주거 환경 뚜렷한 대안 없어... 그룹홈 등 고령 인구 위한 대안 주택 필요24.06.03 20:58l최종 업데이트 24.06.03 20:58l 이혁진(rhjeen0112)  나는 69세로 서울에 산다. 50여 년 전 서울에서 학교를 함께 다녔던 고교와 대학 동창들은 졸업 후 대략 반은 서울에 나머지 반은 지방에서 살고 있다. 서울에서 함께 공부했지만, 지금은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이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변할 것 같지 않다. 자주 연락하는 동창과 지인들에게 노후를 맞아 몇 가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현재 사는 집이 노후에 괜찮은지, 이사를 한다면 무엇을 먼저 고려할지, 나아가 만약 혼자되거나 몸이 아파 누구에게 의탁할 경우 이에 대한 대비..

칼럼읽다 2024.06.04

삶의 질 좌우하는 노후 주거, 지인들에 물어봤습니다

삶의 질 좌우하는 노후 주거, 지인들에 물어봤습니다"시골이 마음 편하다"는 친구, "병원 가까운 게 최고"란 지인... 당신 기준은 무엇인가요24.05.29 13:36 최종 업데이트 24.05.30 17:01l 곽규현(khkwak0813)  나는 올해 만 나이로 60이 됐다. 주된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자식들도 성장해서 독립하고 나니,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동시에 노후의 삶을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직장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나는 직장 출퇴근의 편리 여부, 자식들의 교육 여건, 생활상의 편의를 고려해 주거지를 결정했다. 자식들과 함께 살았던 집의 규모도 큰 편이라, 우리 부부 두 명만 따로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제는 함께 늙어 가는 배우자, 혹은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한 주거지..

칼럼읽다 2024.06.04

실패의 말

실패의 말입력 : 2024.05.30. 20:30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그래서 지금 우리 깨우러 온 거예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만난 청년은 그 한마디로 내 아름다운 말에 흠집을 내버렸다. 교도소에서 인문학 특강을 하던 중이었다.그날 나는 중국 작가 루쉰이 외침>의 서문에 썼던 ‘철방에 잠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절대 부술 수 없고 창문도 없는 철로 된 방. 수많은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모두가 곧 죽겠지만 혼수상태에서 죽는 것이니 고통이나 슬픔 같은 것은 느끼지 못한다. 루쉰은 물었다. 이 사람들을 깨워야 하는가. 죽음의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 어쩌면 행복한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사람들, 어차피 살아나갈 방법도 없는 이들을 깨워야 하는가. 그날 나는 이 물음에..

칼럼읽다 2024.06.03

자객의 추억

자객의 추억입력 : 2024.05.28 20:36 수정 : 2024.05.28. 20:37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자객열전>은 5명의 자객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전저와 섭정은 자신을 알아준 이를 위해 사람을 죽이고 장렬하게 죽는다. 예양과 형가의 경우 뜻을 이루진 못했지만 암살 시도와 죽음에 이르는 맥락은 같다. 그런데 첫 인물 조말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조말은 춘추시대 노나라의 장군이었다. 제나라와의 전쟁에서 세 번이나 패했지만 노나라 군주 장공은 그를 끝까지 신임했다. 그 신임에 보답하려 조말은 제환공과 노장공이 협정을 맺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환공에게 비수를 들이대 땅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상황 종료 후 분노한 환공은 약속을 깨려 했으나 소탐대실을 경계하는 관중의 조언으로 약속..

칼럼읽다 2024.06.02

눈물

눈물입력 : 2024.05.29 20:22 수정 : 2024.05.29. 20:26 장동석 출판평론가  지난 4월 말 종영한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최고 시청률 24.85%를 기록하며 세인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제목과 달리 여주인공보다 남주인공이 눈물을 더 많이 흘리긴 했지만, 오히려 그 절절한 눈물에 팬들은 더 열광했다고 한다. 사전 정의에 따르면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액체 형태의 분비물로 눈을 보호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역할”을 할 뿐이지만, 살다 보면 눈물엔 여러 가지 정황이 있다. 때로 슬퍼서, 종종 기뻐서 눈물짓는다. 반가워서 울고, 서러워서 울고, ……, 눈물의 정황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삼국지>의 주인공 격인 유비는 눈물로 자기 세상을 열어간 사람 중 하나다. 황건적이 세상을 혼..

칼럼읽다 2024.06.01

국룰

국룰입력 : 2024.05.29 20:23 수정 : 2024.05.29. 20:25 임의진 시인  삼겹살 말고 오겹살. 우리들 몸에도 있다. 나잇살이라 불리는 뱃살이 생기면 잘 안 빠져. 그렇다고 비만하지는 않지만 경각심에서 그렇다는 거다. 지실마을 사는 누이가 고기를 구워준다고 해서 친구들이랑 방문. 요들린(스위스 민요 요들을 부르는 여성)인 누이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주로 토끼풀 상추를 위주로 저녁 만찬. 얼짱이나 몸짱은 틀렸고 맘짱이면 족하다 하면서들 오겹살 푹푹 찌는 소릴 외면하는 시간. 인생은 함께 먹고 노래하며 웃을 때가 가장 행복해라. 그래도 꼭 식사 자리에서 살 떨리게 살 이야길 꺼내는 이가 한 명씩 있다. 잘 먹고 놀던 사람 우울하게 겁박하고 면박 주는 안기부 형사님인가. 지금은 국정원 ..

칼럼읽다 2024.06.01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하룻밤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하룻밤입력 : 2024.05.30. 20:33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속도란 이럴 때 쓰라고 공중이 내주는 것, 내 고향과도 연결된 경남의 산수를 휘감아 등에 업고 함안읍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이제 육안으로도 포착이 가능하니 어디에서 불쑥 나타날까 은근 기대하면서 전방을 주시했다. 이윽고 시내로 들어와 두리번거리는데 복잡한 전선, 가로등과 표지판 사이에서, 아연, 아라가야의 푸르스름한 무덤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말이산 고분군.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이 신비와 경이 앞에서. 숙소를 정하고 해가 넘어가기 전에 얼른 서둘렀다. 아파트와 무덤이 이리도 서로 잘 어울릴 줄이야. 세상 어디든 바깥과의 접면은 있는 법이다. 늦은 오후와 저녁이 교차하는 해 질 녘..

칼럼읽다 2024.05.31

홍대 앞과 강남의 기분

홍대 앞과 강남의 기분입력 : 2024.05.29 20:27 수정 : 2024.05.29. 20:31 복길 자유기고가  지금 사는 집에선 창문으로 산이 보인다. 집의 벽과 천장은 자로 그은 것처럼 반듯하고 두꺼운 이중창은 듣기 싫은 바깥의 소음을 모두 막아준다. 잘 쓰지 않는 살림을 축적해놓을 방도 있고, 버리기 애매한 쓰레기를 방치할 수 있는 작은 베란다도 있다. 이사를 온 뒤 처음 몇달간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서울에선 지금 집과 같은 가격으로 원룸에 살았다. 그 집의 천장은 윗집 화장실에서 샌 물 때문에 늘 축축했다. 도배지 조각 몇겹 덧발라 주고는 천장 방수 공사를 마쳤다고 했던 집주인 할아버지는 “아가씨는 운이 좋아. 이 위치에 이 가격대 집이 어디 있어? 없어, 없어” 하고 떠났다. 맞는 말..

칼럼읽다 2024.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