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하는 산책입력 : 2024.06.11 20:47 수정 : 2024.06.11. 20:48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밤에 하는 산책’이다. 거주지가 학교 근방이라 보통 퇴근 후 교정이나 교내 원형운동장을 슬렁슬렁 걷곤 하지만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해넘이 시간이 늦어지면 버스 타고 아랫마을로 내려가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닌다. 목적지 없이 걷다 오래된 연립주택 단지의 사잇길로 들어섰던 밤이었다. 갑자기 비가 내려, 자동차 클랙슨과 흩날리는 빗방울을 피하고자 건물 처마 쪽에 몸을 밀착시켰다. 1층 어느 창틈에선가 생선 굽는 냄새가 났다. 김치찌개 냄새와 알감자나 어묵 같은 것을 달큼하게 졸이는 내음도 한데 섞여들었다. 반쯤 드리운 부엌 커튼 사이로 옛날식 가스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