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56

내가 칼럼을 읽고 올리는 이유

내가 칼럼을 읽고 올리는 이유 나는 칼럼 읽기를 책 읽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칼럼이 모이면 책 한 권이 되기 때문이다. 책 한 권 읽을 때, 마음에 드는 글만 찾아 읽는데, 칼럼은 그 이전 단계다. 마음에 드는 칼럼을 찾아서 읽는 셈이다. 그것들이 모여 책이 나왔을 때, 내가 읽은 칼럼이 모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제법 있다. 그건 작가나 편집자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책으로 나오기 이전 내가 좋아하는 칼럼니스트의 글을 가려서 읽는 즐거움이 솔솔하다. 대체로 시사적인 내용이 많지만, 그런 글은 읽고 그냥 소비하고, 의미를 두고 두고 생각할 거라면 올리기도 한다. 정치적인 내용은 그냥 읽고 넘긴다. 가슴에 새길 내용이라면 곱씹는다는 차원에서 정리하여 올린다. 일종의 편집이다. 내가 중요하게 ..

하루하루 2025.06.30

색깔 속에 감춰진 우리말

색깔 속에 감춰진 우리말입력 2025.06.29 20:51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말은 참으로 신비스럽고 경이롭다. 그 속에는 질서와 자유로움이 어우러져 우리가 평소에 쓰면서도 새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러한 언어의 신비는 특히 색깔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두드러진다. 흔히 ‘빨갛다’ ‘까맣다’는 사물의 외양을 묘사하는 데 쓰인다. 잘 익은 빨간 사과나 숯처럼 까만 연기를 떠올릴 수 있다. 우리말은 이처럼 대상을 설명하는 말이 대상을 꾸며주는 형태로 변하며 더욱 풍부해진다. 가령 ‘사과가 빨갛다’가 ‘빨간 사과’로, ‘연기가 까맣다’가 ‘까만 연기’가 되는 식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규칙이 언제나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새빨간 거짓말’을 ‘거짓말이 새빨갛다’로 바꾸면 어색하거나 틀..

칼럼읽다 2025.06.30

언어, 아고타 크리스토프에겐 그 자체로 ‘적’인 [.txt]

언어, 아고타 크리스토프에겐 그 자체로 ‘적’인 [.txt]신유진의 프랑스 문학 식탁 스위스 망명해 불어로 쓴 헝가리 작가 생존 위해 강제된 언어와 존재 건 싸움 짧고 단순하게…복종 대신 변형의 성취 수정 2025-05-03 10:41등록 2025-05-03 10:00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싸움은 ‘존재하기’였고, 그녀는 ‘문학이 아니라 존재하기 위해 썼다’고 말했다. 사진은 헝가리 쾨세그에 있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무덤. 위키미디어 코먼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로 잘 알려진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프랑스어를 ‘적어’(敵語)라고 불렀다. 프랑스어에서 이 표현은 보통 ‘외국어’ 또는 ‘적대적인 언어’를 뜻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언어가 곧 장애물이자 위협처럼 느껴질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니..

책이야기 2025.06.29

시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수정 2025.06.26 21:45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논어는 시가 있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시(詩)는 아니고 시(時)다. 둥근 지구를 딛고 휘어진 공중에 기대 사는 동안, 시간을 벗어날 수 있을까. 시(詩)도 시(時)다. 이 말은 한 구절 모자라서 단시(短詩)도 아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공자는 말(言)을 많이 다루었다. 시도 중요하게 여겼다. 아들에게 말한다.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단다(不學詩, 無以言).” 한자는 하나의 품사에 갇히지 않는다. 오늘에서 내일로 가는 시공의 흐름을 생각한다면 명사도 실은 늙어가고 낡아가는 동사일 수밖에 없다. 시(時)는 시(詩)다. 모든 때는 반지 같은 한 편의 시를 남긴다. 굽이굽이 삶의 국면과 시는 도시락처럼..

책이야기 2025.06.28

과정의 생략

과정의 생략 수정 2025.06.25 21:29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밀키트를 자주 구입한다. 식구는 둘뿐이고 집밥 먹는 빈도도 낮으니, 직접 찬을 해 먹는 것보다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건 생략된 과정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매장에서 직접 고를 정도로 괜찮은 품질의 식재료가 쓰였으리라는 기대, 완벽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깨끗하게 손질됐을 거란 믿음, 조미료를 과도하게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들이 뭉쳐서 조리 과정의 꽤 많은 부분을 온전히 외주화할 수 있게 된 거다. 여기에 주변 사람, 예를 들면 엄마나 친구들의 한마디도 보탬이 됐다. “요즘 밀키트 깔끔하게 잘 나오더라” “남는 식재료 냉장고에서 굴리지 않으니 더 낫겠어.” 같은 말. 나의 밀키트 사랑은 사실 하루..

칼럼읽다 2025.06.27

작은 컵에 담긴 과학

작은 컵에 담긴 과학 수정 2025.06.26 21:39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출출해져 부엌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작은 컵라면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포장을 뜯어 뜨거운 물만 붓고 기다리면 되니 갑작스러운 허기를 달래기에 이만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매우 단순해 보이는 요리 안에도 사실 꽤 많은 과학적 원리들이 숨어 있습니다. 1966년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는 자신이 만든 라면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을 순회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는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슈퍼에서 만난 고객이 라면 샘플을 조리할 적당한 그릇을 찾지 못하자 라면을 조각내어 종이컵에 담고는 끓는 물을 부은 후 포크로 먹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칼럼읽다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