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92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니, 왜요?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니, 왜요? [서평] 86권의 책 버리고 깨달은 것... 우치다 다쓰루 24.04.18 17:01l최종 업데이트 24.04.18 17:07l 유채연(ideeniodo) 2년 전 여름, 나는 가지고 있는 책으로 여러 개의 탑을 쌓았다. 쌓다 보니 무릎에 차일 만큼 높아졌다. 거실을 오가는 엄마 아빠는 "이게 다 뭐야?" 하며 놀라셨다. 나는 책을 캐리어에 옮기면서 말했다. "알라딘에 갈 거야." 알라딘은 중고 책을 사고팔 수 있는 대형서점이다. 보관이 잘 된 책은 2400원 정도 받았으니 내 딴엔 꽤 쏠쏠한 거래였다. 사놓고 펼쳐보지도 않은 책이 많았기 때문이다. 거래를 하니 꽁돈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때를 시작으로 주기마다 책을 대량으로 정리하고 있다. 미니..

책이야기 2024.04.23

매주 목요일 20명의 '사람책'을 읽습니다, 재밌습니다

매주 목요일 20명의 '사람책'을 읽습니다, 재밌습니다 나의 슬기로운 노인복지관 생활, 글쓰기 수업... 어르신들이 쓴 글은 곧 책 한 권 24.04.22 11:34l최종 업데이트 24.04.22 11:37l 유영숙(yy1010) 매주 목요일에는 노인복지관 평생 교육프로그램으로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다. 3월 초부터 다녔으니 거의 두 달이 다 되었다. 우리 반은 글쓰기 중급반으로 기초반을 1, 2년 수강하신 분들이다. 나는 시인으로도 등단했고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어서 기초반을 건너뛰고 중급반을 신청했는데 다행히 합격했다. 수강생이 20명이다. 70세가 가장 많고 60대와 80대는 3~4명 정도 있다. 70대 부부가 함께 수강하는 분도 두 팀이다. 부부 수강생은 같이 앉기도 하고 따로 떨어져서 앉기도 하는..

책이야기 2024.04.23

오래 들여다본다는 것

오래 들여다본다는 것 입력 : 2024.04.18 20:44 수정 : 2024.04.18. 20:45 김해자 시인 바이칼호수 푸른 눈가에서 태어났다 태극 무늬 두르고 먼 하늘 날아왔다 시베리아 몽고 지나 만리 길 날갯짓 소리 들으며 서로의 울음소리 들으며 날면서 합류하고 날수록 무리가 커졌다 맨몸으로 왔다 공중에 매달려 왔다 작아서 모였다 추울수록 날았다 떼 지어 춤추고 떼로 울면서, 가창오리는 야간조 노을빛 이고 밥 벌러 간다 어두워야 난다 배고파서 오른다 원이 춤춘다 공이 날아가고 물폭탄이 쏟아진다 날개 파닥이는 자리마다 탱크 소리, 서로 상하지 않는다 부딪치지 않는다 춤꾼이자 소리꾼 가창오리는 노래가 춤이고 울음이 노래, 어두울 무렵 기지개를 켠다 외따로들 앉아 있던 가창오리들이 물 박차고 치솟는다..

책이야기 2024.04.21

혼자 쓰는 당신, 오마이뉴스에 글 한 번 보내보세요

혼자 쓰는 당신, 오마이뉴스에 글 한 번 보내보세요 내 글이 널리 읽히는 기쁨... 함께 기사 쓰고 읽는 즐거움 나누고 싶습니다 24.04.16 18:28l 최종 업데이트 24.04.16 18:35l 차현정(chjv2000) "현정님, 시민 기자로 활동해 보는 게 어때요?" 오랜 지인 언니의 권유였다. 언니는 성 관련 칼럼을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다 책까지 낸 사람이다. 하지만 그땐 그 제안을 귓등으로 넘겼다. 그러다 최근 '같이 써요, 책' 모임에 속해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매일 이런저런 주제로 글을 올리던 중 멤버 중 한 분이 내게 또 오마이뉴스에 글을 기고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이번에는 '그럼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 길로 시민기자로 등록했다. 오마이뉴스에 보낸 첫..

책이야기 2024.04.18

찾아보기 [크리틱]

찾아보기 [크리틱] 수정 2024-04-10 18:43 등록 2024-04-10 15:47 마르티니, ‘신중국지도’(1655)의 찾아보기 첫 페이지. 위키미디어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찾아보기(색인, 인덱스)는 책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배열하고 그것이 어느 페이지에 있다고 알려주는 책의 한 구성 요소이다. 주로 비소설과 학술서 끝에 들어간다. 소설에 들어간 경우는 없나? 있기는 하다. 나보코프의 소설 ‘창백한 불꽃’(1962)은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1)편집자 서문. 2)존 셰이드의 장시 ‘창백한 불꽃’ 전문. 3)주석. 4)찾아보기. 물론 셰이드는 가공의 인물이다. 이런 ‘가공의 책’ 설정이 새롭지는 않다고 해도 찾아보기가 들어간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설정에 선수였던 보르헤스조차 찾아보..

책이야기 2024.04.16

늘 '최대 불황'이란 출판계, 그래도 책을 읽는 사람들

늘 '최대 불황'이란 출판계, 그래도 책을 읽는 사람들 [서평] 종이책은 언제까지 '믿을 만한' 매체일까... 24.04.13 19:13l최종 업데이트 24.04.13 19:13l 김경훈(insain) 한 해가 끝날 때마다 출판계에서는 흔히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로 그 해를 평가한다. 너무 자주 들어서 식상하긴 해도, 저 표현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리고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은 해마다 새롭게 갱신되고 있다. 동료 편집자들을 만나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뭘 하는 걸까'에 대해 서로 자조 섞인 푸념을 털어놓기 일쑤다. 현 시대의 사회적 이슈와 트렌드를 고려해 아이템을 기획하고, 저자를 섭외하며, 원고를 검토해서 수정하는 등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을 내지만, 그렇게 만든 책이 ..

책이야기 2024.04.14

읽지 마, 연결되지 마 [김소민의 그.래.도]

읽지 마, 연결되지 마 [김소민의 그.래.도] 수정 2024-04-11 18:50 등록 2024-04-11 18:39 현행 도서정가제는 할인 여력이 있는 판매자에게만 유리하다. 한 동네책방의 모습. 정용일 기자 김소민 | 자유기고가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지난 2월 경남 남해, 을씨년스러웠다. 시작은 지난해 5월이었다. 그때 나는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마을을 품은 남해에 반했다. 그리고 1년 뒤 남해로 이사하기로 한 거다. 20여명이 돈을 모아 동네책방을 열기로 했다. 2월 회색빛 바다를 끼고 진눈깨비에 따귀를 맞으며 남해 동네책방들을 돌아다녔던 까닭이다. “돈 벌기를 포기했구나.” 내 계획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을 요약하면 이랬다. 맞는 말이다. 인구 4만명인 남해에 도서관은 딱 두 군데다..

책이야기 2024.04.14

이분되지 않을 자유

이분되지 않을 자유 입력 : 2024.04.10. 22:54 성현아 문학평론가 한국의 대표 시인으로 손꼽히는 정지용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 설령 그를 잘 모른다 해도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향수’의 구절만큼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몇년 전, 정지용의 문학을 주제로 하여 학위논문을 쓰던 때에는 시인이 멀게만 느껴졌었다. 현대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지용은 다작하였고, 일본어와 한자, 영어로도 글을 썼기에 연구자의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때의 나는 다수의 작품과 방대한 양의 선행 연구를 읽어내며 문학사적 의미를 유추하는 데 급급했다. 오랜 시간 그를 연구하다 보니, 최근에는 관점이 달라졌다. 글 뒤에 살아 숨 쉬는 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지용은 문학이 예술성과 자율성, 정치성..

책이야기 2024.04.13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입력 : 2024.04.07 20:20 수정 : 2024.04.07. 20:21 이설야 시인 가령 이런 것 콩나물시루 지나는 물줄기 ― 붙잡으려는 ― 콩나물 줄기의 안간힘 물줄기 지나갈 때 솨아아 몸을 늘이는 ― 콩나물의 시간 닿을 길 없는 어여쁜 정념 다시 가령 이런 것 언제 다시 물이 지나갈지 물 주는 손의 마음까진 알 수 없는 의기소침 그래도 다시 물 지나갈 때 기다리며 ― 쌔근쌔근한 콩나물 하나씩에 든 여린 그리움 낭창하게 가늘은 목선의 짠함 짠해서 자꾸 놓치는 그래도 놓을 수 없는 물줄기 지나간다 다음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므로 생의 전부이듯 뿌리를 쭉 편다 아 ― 너를 붙잡고 싶어 요동치는 여리디여린 콩나물 몸속의 역동 받아, 이거 아삭아삭한 폭풍 한 봉지! ..

책이야기 2024.04.10

“가르치려 들지 않고, 시대에 맞게 고쳐 써요”

“가르치려 들지 않고, 시대에 맞게 고쳐 써요” 입력 : 2024.04.01 17:09 수정 : 2024.04.01. 21:39 박송이 기자 한국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작가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이금이 작가가 지난달 25일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작품을 쓸 때만큼은 등장인물의 나이로 완전히 돌아가서 써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 시기마다 인간이 갖는 본질적인 마음은 같다고 생각해요.”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이금이 작가(62)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84년 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지난 40년 동안 아동·청소년 소설을 꾸준히 펴냈다. 지금까지 출간한 책만 해도 51권. 그의 작품에는 등장인물들이 대변하는 어린이·청소년들의 마음이 생..

책이야기 202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