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92

세상의 모든 일에 체념하지 않을 용기

세상의 모든 일에 체념하지 않을 용기 조혜진 소설 24.03.08 08:58l최종 업데이트 24.03.08 08:58l 장순심(baram1177) 문득 삶에 치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한다. 나이가 삶의 고통이나 아픔을 무디게 할 거라는 것은 완벽한 오류다.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에게나 슬픔과 아픔의 크기는 같다. 오래 세상을 살펴온 사람의 눈치나 요령으로 태연한 척, 괜찮은 척 하도록 몸에 익혔을 뿐이다. 그래서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그만그만해요' 혹은 '괜찮아요'라는 상투적 인사를 던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아주 잘 살죠~' 답을 하고는 가볍게 '농담!'이라며 경쾌하게 냉소를 날리고 싶어진다. 마침 번잡하고 미묘한 마음의 상태를 섬세한 언어로 표현하..

책이야기 2024.03.10

퍼져라, 동네책방 ‘삶의 향’

퍼져라, 동네책방 ‘삶의 향’ 입력 : 2024.03.06 20:18 수정 : 2024.03.06. 20:30 장동석 출판평론가 최은영의 단편 에는 ‘영인문고’라는 중고책방이 등장한다. “천장까지 이어지는 책장이 책방의 삼면에 자리했고, 가운데에는 기다란 평대”가 있는,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런 중고책방(사실 ‘헌책방’이라는 표현이 더 정겹기는 하다) 모습이다. 화자(話者) 희원과 대학교 영어강사인 그녀가 거기서 함께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그곳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일종의 정서적 연대감 같은 것을 경험한다. 서점, 책방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곳에 가는 일을 즐거워하는 내게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희원이 “계산대에 가만히 앉아서 손님이 오는지 가는지 신경쓰지 않던” 책방 주인 덕분에 “책방에..

책이야기 2024.03.07

필생의 목표 ‘책방 문 닫지 않겠다’…동네책방과 ‘바이북 바이로컬’

필생의 목표 ‘책방 문 닫지 않겠다’…동네책방과 ‘바이북 바이로컬’ [서울 말고] 수정 2024-02-25 19:07등록 2024-02-25 14:15 ‘바이북 바이로컬’ 캠페인. 책방넷 제공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128개 작은 책방들의 연합 조직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총회에 다녀왔다. 1박2일 워크숍을 겸해 남쪽 도시 진주에 40여명 책방지기들이 조촐한 규모로 모였다. 비록 모인 숫자는 적었지만 쏟아놓은 이야기만큼은 하룻밤이 부족할 정도로 책방 동네의 한 해는 다사다난하고 웃음도 눈물도 켜켜이 쌓여 있다. 이틀 내 나눈 이야기들을 센스 넘치는 한 책방지기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베스트셀러의 패러디를 빌려와 반전이 있는 단문으로 요약 발표해주었다. ‘책방 3년차 ..

책이야기 2024.03.03

아세요? 달라진 언어가 당신을 버티게 한다는 사실

아세요? 달라진 언어가 당신을 버티게 한다는 사실 [책이 나왔습니다] 언어학자가 건네는 삶의 지침 24.02.29 17:05l최종 업데이트 24.02.29 17:05l 김다연(vvhytion) 편집자인 나는 언어학자 신동일 교수의 사회 비평 에세이 담당 편집을 맡게 되었다. 살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차별과 억압을 내 곁에서 발견할 수 있는 힘, 나아가 딴딴하고 올곧은 나만의 주체적인 삶을 되찾는 힘을 사람들에게 건네기 위해 쓰여진 책이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주 전쯤, 책이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공들여 매만진 작품은 대부분 그렇지만 집필을 시작하는 시점과 실제 책이 출간되는 시점에 간극이 있다. 하여 편집자로서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책이 나오는 동안 시대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책도 ..

책이야기 2024.03.01

걱정을 멈추는 법, 이 한 문장이면 됩니다

걱정을 멈추는 법, 이 한 문장이면 됩니다 [서평] 그램 데이비의 24.01.31 08:04l최종 업데이트 24.01.31 08:04l 전윤정(monchou31) 올 초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아밀라아제 수치가 높게 나와, 복부 CT 검사를 했다. 조형제를 맞고 난생처음 CT 기계 안에 누워있으니 별별 생각이 떠올랐다. 췌장암은 늦게 발견된다는데… 만약 암이면 어떡하지… 항암 과정은 힘들겠지… 친정엄마보다 먼저 가는 불효를…. 걱정은 상상의 나래를 펴서 나는 이미 관 속에 누워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 별 이상이 없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동안 걱정으로 마음졸이며 보낸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웠다. 검색창에 '걱정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쳐보면, 각종 연구 결과가 나온다. 걱정의 40% 절대..

책이야기 2024.02.26

순한 먼지들의 책방

순한 먼지들의 책방 입력 : 2024.02.18. 19:59 이설야 시인 여기저기 떠다니던 후배가 책방을 열었어. 가지 못한 나는 먼지를 보냈지. 먼지는 가서 거기 오래 묵을 거야. 머물면서 사람들 남기고 가는 숨결과 손때와 놀람과 같은 것들 섞어서 책장에 쌓고는, 돈이나 설움이나 차별이나 이런 것들은 걷어내겠지. 대신에, 너와 내가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지구와 함께 오늘 여기를 느끼면서, 나누는 세상 모든것과의 대화는 얼마나 좋아, 이런 속엣말들 끌 어모아 바닥이든 모서리든 책으로 펼쳐놓겠지. 그려보기만 해도 뿌듯하잖아. 지상 어디에도 없을, 순한 먼지들의 책방. (혹시라도 기역아 먼지라니, 곧 망하라는 뜻이냐고 언짢을 것도 같아 살짝 귀띔하는데, 우리가 먼지의 기세를 몰라서 그래. 우주도 본래 먼지..

책이야기 2024.02.25

책 읽는 게 뭐가 좋냐고? 미리 살아볼 수 있으니까요

책 읽는 게 뭐가 좋냐고? 미리 살아볼 수 있으니까요 [책이 나왔습니다] 를 쓰며 고려한 것들 24.02.21 16:21l 최종 업데이트 24.02.21 17:16l 박균호(bright14) 를 쓴 엘베르토 망굴엘은 자신이 현실 세상보다 독서를 통해 경험을 먼저 취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우리는 소설을 통해서 현실보다 더 생생한 현실을 미리 만나고 그 삶을 꿈꿔보게 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실은 우리에게 하나의 또 다른 실제로 작용하곤 한다.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사람의 심리를 짐작해볼 수 있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의 첫 만남 또한 소설이라는 안내자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말하자면, 소설을 자주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

책이야기 2024.02.25

벽이 없는 도서관 [크리틱]

벽이 없는 도서관 [크리틱] 수정 2024-02-21 19:00 등록 2024-02-21 16:26 강혜승 | 미술사학자·상명대 초빙교수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의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에서 글을 쓰고 있다. 1911년에 완공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돔형 지붕 아래 열람실 한가운데다. 5층 높이 팔각형 돔 천장의 480개 판유리를 통해 쏟아지는 자연광 덕에 문명의 빛을 한껏 받는 듯하다. 중앙의 사서용 팔각 책걸상을 중심으로 모서리를 따라 여덟 갈래로 뻗어있는 오크 책상 한곳에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자니 근대의 기록자라도 된 듯하다. 지금 여기의 현재성을 실감케 하는 건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다. 각국의 언어도 주변에서 소곤거린다. 랜드마크인 이 도서관은 멜버른의 가볼 만한 여행지로도 첫손에 꼽힌다..

책이야기 2024.02.23

"선생님, 이건 글로 쓰기 너무 시시하지요?"

"선생님, 이건 글로 쓰기 너무 시시하지요?"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 시니어 글쓰기 수업에서 넘어야 할 산 24.02.14 13:34l최종 업데이트 24.02.14 17:29l 최은영(christey) 2024년 2월부터 주 1회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싣습니다. [기자말] 나는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이라는 제목으로 어르신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첫 시간에 수업 이름을 들으신 어르신들은 대부분 피식 웃으신다. 누구나 한 번은 들었을 법한 '말'을 '글'로 박제한 것에 대한 낯섦이 주는 웃음일 것이다. 강사 입장에서는 수업 시작을 수강생의 미소로 열 수 있으니 이보다 고마운 제목이 없다. [관련기사 :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 이 흔한 말이 현실이 됐을 때 ..

책이야기 2024.02.18

솔직히 말해서

솔직히 말해서 입력 : 2024.02.14 20:30 수정 : 2024.02.14. 20:31 성현아 문학평론가 동료 작가의 첫 책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나는 그에게 책이 참 좋았다고 거듭 말했다. 고마워하던 그는 “진짜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그게 더 도움이 돼요. 책 어땠어요?” 라고 다시 물었다. 좀 더 구체적이면서도 약간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얻고자 하나보다 싶어, 비판할 요소들을 궁리하다가 몇 가지 떠오르는 대로 말해주었다. ‘서문의 첫 구절은 구조가 복잡해 쉬이 읽히진 않았다’, ‘결말부에 반복되는 단어는 어감이 썩 좋지 않다’ 정도의 의견이었다. 그는 흡족한 표정이 되어 고민할 거리를 제공해 주어 고맙다고 했다. 나도 웃어넘기고, 자리를 즐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쩐..

책이야기 202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