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필생의 목표 ‘책방 문 닫지 않겠다’…동네책방과 ‘바이북 바이로컬’

닭털주 2024. 3. 3. 10:04

필생의 목표 책방 문 닫지 않겠다동네책방과 바이북 바이로컬

[서울 말고]

 

수정 2024-02-25 19:07등록 2024-02-25 14:15

 

 

바이북 바이로컬캠페인. 책방넷 제공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128개 작은 책방들의 연합 조직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총회에 다녀왔다. 12일 워크숍을 겸해 남쪽 도시 진주에 40여명 책방지기들이 조촐한 규모로 모였다. 비록 모인 숫자는 적었지만 쏟아놓은 이야기만큼은 하룻밤이 부족할 정도로 책방 동네의 한 해는 다사다난하고 웃음도 눈물도 켜켜이 쌓여 있다. 이틀 내 나눈 이야기들을 센스 넘치는 한 책방지기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베스트셀러의 패러디를 빌려와 반전이 있는 단문으로 요약 발표해주었다.

 

책방 3년차 드디어 통장을 만들었다, 마이너스 통장’ ‘날이 좋아서 날씨가 좋지 않아서, 모든 날이 뜸했다’ ‘매일 문 열었는데 꼭 닫혔을 때 왔다 가는 손님’ ‘책방 7년차 무릎은 관절염, 허리는 디스크(그러니 우리 살살 해요)’ ‘내 자녀에게 금수저는 못 줘도 책수저는 쥐여 준다(좋은 거겠지?)’ ‘건물 있는 책방지기 부러워했더니 월세보다 더 큰 이자’.

 

한 문장 한 문장 소개할 때마다 때론 박장대소가, 때론 격한 한탄이 터져 나온다.

날이 좋아서, 혹은 날이 나빠서 모든 날들이 비수기인 동네책방.

3년 차를 넘어서면 대출 통장에 한계가 오고 5년 차를 넘어서면 건강에 적신호가 온다.

그나마 작은 힘이 되어주던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이 올해는 아예 끊길 예정이다.

서점과 도서관, 독서문화에 대한 정부 예산이 삭감을 넘어 항목 자체가 없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놓인 건 어둠과 한파뿐임을 예상하고 있지만

냉혹한 현실도 그 자리에 모인 우리의 웃음을 빼앗지는 못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책방을 그만하겠다는 이는 하나도 없었고

필생의 목표를 책방 문을 닫지 않겠다에 두겠다는 뜨거운 결의만이 가득했던 자리.

 

2018, 작고 가난하고 외로운 책방지기들이 모여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를 만들었을 때 출사표로 바이북 바이로컬캠페인을 시작했었다. 온라인 서점의 진격에 대응해 미국 독립서점들이 지역을 지키고 동네책방을 지키고자 시작했던 이 캠페인은 지역에서 머물고 먹고 사고,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며 함께 모여 읽고 쓰자는 로컬 운동이었다. 캠페인을 통해 동네책방의 활기를 이어가고자 했던 노력은 팬데믹을 맞아 중단되었고 올해 다시 동네책방의 생존과 자립을 목표로 이 캠페인을 이어가기로 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된 현실은 관계를 단절시키고 개인을 소외시키며 지역을 공동화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겉으로만 보면 세계가, 또 전국이 하나로 촘촘히 묶인 것 같지만 묶인 것은 자본의 그물망일 뿐, 그 안에 갇힌 개인의 소외와 고립은 피할 길이 없다.

 

이런 시대 동네책방은 갇힌 개인들에게 잠깐의 숨과 쉼을 허락하는 연결과 공감과 위로의 공간이다. 한때 도시의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퇴락한 건물과 골목만이 남은 공동화된 원도심에서, 한때 우리의 허기를 해결해주던 곳간이었으나 이제는 소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전국의 농어촌과 시골 마을에서, ‘오래된 미래의 꿈을 꾸고 밤길을 안내할 별들의 지도를 팔고 있는 동네책방들. 천천히 그 숫자가 줄어들지는 몰라도 결코 소멸에 이르게 하지는 않겠다는 책방지기들의 결의를 바이북 바이로컬이라는 캠페인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는 늘 돈은 없어도 품위는 있는 이들 아니었나. 저들이 돈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자본과 권력으로 위세를 떨 때 우리는 함께 어깨동무하고 다리 절뚝이며 남루한 옷을 깃발 삼아 또 한 고개를 넘을 것이다.

파주에서, 인천에서, 괴산과 산청 산골에서, 순천에서, 부산에서, 몸도 마음도 절뚝이며 모인 우리들은 총회를 마치고 기적처럼 벌떡 일어나 악수하며 헤어졌다.

우리는 절망의 오늘을 딛고 내일을 산다. 살 것이다.

어려운 시절, 동네책방의 기적에 함께하고픈 독자들이 바이북 바이로컬캠페인에

큰 힘 보태주시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