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92

우리의 ‘도서관’이 위태롭다

우리의 ‘도서관’이 위태롭다 입력 : 2024.01.10. 19:56 장동석 출판평론가 남미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한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1955년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에 취임했다. 젊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다가 독재자 후안 페론을 비판한 일로 해고당한 전력이 있는 그로서는 금의환향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명예직에 가까웠지만, 그는 19년 가까이 그 자리에 머물며 책 읽는 아르헨티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은 1810년 스페인과의 독립전쟁 와중에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사상과 지식의 보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설립됐다. 아르헨티나가 독립한 것이 1816년이니 도서관이 먼저, 국가가 훗날 세워진 셈이다. 아르헨티나 ..

책이야기 2024.01.12

글과의 생애 엮기

글과의 생애 엮기 요즘의 내 노년은 그 다급한 시절의 아슬한 과정들을 감상하는 일로 즐겁다. 굳이 회오나 겸손을 새삼 끌어들일 필요는 없겠다. 젊은 한때의 힘든 시절을 돌아보는 느긋함으로 세월과 변화를 음미하며 그 여유를 즐긴다. 이 한겨레 칼럼을 나는 그 연장선에서 내 생애에서 느낀 그 편안한 긴장감, 자유로운 소곳함으로 써왔다. 그러기 10년을 넘은 이제, 그 묵은 글발도, 그 낡은 생각과 분위기도 달라져야 할 것을 마침내, 당연히 깨닫는다. 수정 2024-01-12 07:00등록 2024-01-12 07:00 김병익 숙제로 작문을 내주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3 때 처음 내 글이 교지에 인쇄된 것을 보았고 고등학생 때 비로소 학생지와 지방신문에 ‘작품’을 발표했다. 문학이라든가 작가라는 것은 어른들..

책이야기 2024.01.12

원작가 ‘한강’ 개입, 한국문학 번역과 세계화에 도움이 될까

원작가 ‘한강’ 개입, 한국문학 번역과 세계화에 도움이 될까 입력 : 2024.01.09. 19:58 윤선경 한국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부 교수 얼마 전 한강의 의 불어 번역이 메디치 외국어 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2016년 가 영어로 번역돼 한국소설로는 처음으로 국제적 명성의 문학상을 받았고, 그 이후 많은 작가와 번역가의 노력으로 한국문학의 위상은 국제무대에서 높아졌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발맞춰 한국문학 번역에 대한 다양한 비평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지난해 8월 영어번역 비평 글을 출판하는 마무리 단계에서 한강이 본문인용 허락에 회의적이라는 뜻밖의 소식을 편집자에게서 전해 들었다. 작가가 나의 텍스트 해석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고 나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책이야기 2024.01.10

내 삶과 꿈의 이유를 생각한다

내 삶과 꿈의 이유를 생각한다 [서울 말고] 수정 2024-01-01 02:30 등록 2023-12-31 15:19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의 천장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 괴산군 제공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엄동설한 매서운 기운에 인적이 뚝 끊겨버린 겨울 책방에서 부부는 동굴 속 곰처럼 뱀처럼 잔뜩 웅크려있다. 지난 한해 책방은 퍽이나 조용했고 연말결산은 초라하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작은 책방의 정산 장부가 빈곤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여전히 쉬지 않고 많은 일을 해왔는데도 마음속 결핍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답을 찾아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니 내 안에 징징거리는 아기가 살고 있었다. 입으로는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마음은 아기처럼 울었다. 세상이 나아지리라는, 지역이 소멸하지 ..

책이야기 2024.01.09

[슬픈 경쟁, 아픈 교실] 학원 가는 길

[슬픈 경쟁, 아픈 교실] 학원 가는 길 사교육걱정없는세상-10명 작가-한겨레 공동기획 미니픽션 10부작 ⑩ 서유미 수정 2024-01-03 02:30등록 2024-01-02 14:56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대한민국 교육이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논쟁은 현행 입시제도를 둘러싼 각종 문제점이 다시 한번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통해 공교육의 한 단면이 드러나면서, 교육주체들의 여러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의 바탕에는 승자독식 사회의 그림자를 그대로 담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 현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실해져 가는 공교육의 이면에는 갈수록 고도화, 효율화돼 번성하는 사교육이 존재합니다. 한겨레는 시민단체 ‘..

책이야기 2024.01.09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입력 : 2023.12.31. 19:38 황규관 시인 ‘새로움’은 여전히 문학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진다. 몰라서 그렇지 문학에서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새롭지 않으면, 즉 기존의 것을 단순 되풀이하면 작품이 주는 감동은 현저히 떨어진다. 때에 따라서는 우리 인식과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새로운 것이든 낡은 것이든, 현실 조건 또는 역사라는 불빛에 비춰봐야 한다. 지금은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위조지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군가 작정하고 위조한 게 아닌데도 시간을 지나오면서 진품의 자격에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럴 때 적잖은 사람들은 진품이었던 과거를 역설하거..

책이야기 2024.01.08

먼저 자신을, 그다음 세상을 사랑하라

먼저 자신을, 그다음 세상을 사랑하라 입력 : 2024.01.05 07:00 수정 : 2024.01.05. 07:01 이영경 기자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메리 올리버 지음 | 민승남 옮김 마음산책|232쪽|1만6000원 자연의 경이감과 생의 기쁨을 영혼을 울리는 시어로 노래해 온 메리 올리버(1935~2019)의 시집 이 출간됐다.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올리버가 일흔 중반에 접어들어 쓴 시들이다. 자연과 깊이 교감하며 느끼는 경이를 변함없이 노래하면서도 생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삶의 유한성을 담담하고도 명징하게 전한다. “가끔 나는/ 어디서든/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축복받지.”(‘이른 아침’) 이런 지극한 행복의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올리버는 스물아홉에 첫 시집을 낸 후 미국 매사추세츠 프..

책이야기 2024.01.07

신춘문예의 마음

신춘문예의 마음 입력 : 2024.01.03 17:16 수정 : 2024.01.04. 19:03 백승찬 기자 신춘문예 공고가 나가는 매년 11월 초부터 문화부에는 여러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11월엔 주로 “단편소설 분량이 ‘원고지 70장 안팎’이라 하던데, 75장도 되느냐”와 같이 응모 요령에 대한 문의가 많다면, 마감이 끝난 12월엔 심사 일정과 당선자 통보에 대한 문의가 많다. 심사 기간을 꼬치꼬치 캐묻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연말에 약속이 많아 시간이 부족한데 당선될 경우를 대비해 소감 작성과 인터뷰 시간을 미리 빼려 한다”는 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당선자에게 이미 통보가 갔다”는 답변에 전화 너머로 크게 들릴 정도로 한숨을 내쉬는 분도 있었다. 올해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시 부문에는 각 60..

책이야기 2024.01.07

“연대와 공존의 힘으로” 희망 만드는 협업 출판

“연대와 공존의 힘으로” 희망 만드는 협업 출판 10개 출판사 공동기획 ‘너는 나다―십대’ 브랜드 효과 창출해 독자에게 좋은 반응 “서로에게 자극…출판 다양성도 높여” 기자 양선아 수정 2024-01-05 10:13 등록 2024-01-05 05:01 너는 나다-십대 시리즈 세트 ‘청소년을 위한 인권 수업’ 외 6권 보리 포함 10개 출판사 공동기획 l 각 권 1만5000원 “‘밥과 경제’라고 가제를 지었는데 ‘올드’하다고 해서 ‘묻고 따지고 즐기는 경제학’으로 가려고요. ‘묻따즐’ 괜찮지 않나요? 청소년 대상 경제 입문서인데 돈이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했고,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역사와 구조를 실물경제 현상과 연결해 따져보려고 합니다. 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되 고등학교 저학년까지로 난도를..

책이야기 2024.01.06

당신의 올해 첫 책

당신의 올해 첫 책 입력 : 2024.01.03 22:25 수정 : 2024.01.03. 22:35 인아영 문학평론가 새해 첫날 듣는 음악이 그해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우스운 미신이지만, 그저 다가올 해를 잘 가꿔보고 싶은 평범한 소망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첫 음악은 이미 들어버렸고 은행에서 제공하는 신년 사주도 왠지 성에 차지 않는다면? 그래서 새로운 삶으로 끌어당기고 싶은 질 좋은 내러티브를 찾는다면? 그렇다면 이제는 새해의 첫 책을 고를 차례다. 음악이라면 새해가 가사를 따라간다고 믿듯 소설이라면 줄거리를 따라간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그렇게 단순히 말할 수는 없다. 범죄 소설을 읽는다 해서 범죄를 옹호하는 게 아니듯, 소설의 내러티브에서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삶의 소스는..

책이야기 202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