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93

[데스크광장] 대학 도서 폐기에 대한 단상

[데스크광장] 대학 도서 폐기에 대한 단상 입력 2023.10.27 07:00 우세영 기자 sy6262@daejonilbo.com 최근 전국 대학 도서관들의 장서 폐기가 세간의 화제가 됐다. 울산대가 미래형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보관 장서 94만 권 중 폐기 도서를 45만 권 선정했다는 소식이었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니, 울산대를 비롯해 전국 대학도서관의 폐기 도서가 매년 늘어 지난해엔 200만 권이 폐기 처분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화형 인공지능(ChatGPT) 등 초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의 대표격인 '책'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1월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국민독서실태'에..

책이야기 2023.11.01

미래형 도서관

미래형 도서관 입력 : 2023.10.31 20:29 수정 : 2023.10.31. 20:31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를 상징하는 건물은 높이 50m에 달하는 거대한 돔으로 덮여 있다. 1994년 난데없이 자동차 한 대가 그 돔 위에 올라앉은 이후, 해커스(hackers)를 자칭하는 학생들의 기발한 장난이 이어졌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모형이 출현하더니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로 변신하기도 했다. 기물 파괴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대학 본부는 이들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 두었다. 학생들의 발칙한 상상력을 오히려 권장하는 모양새다. 기발한 장난의 무대가 된 그 거대한 돔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을까? 첨단 기술의 장비나 혁신적인 발명품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싶은 예상은..

책이야기 2023.11.01

이들이 책모임을 오전 10시에 하는 이유

이들이 책모임을 오전 10시에 하는 이유 [함께 읽기를 실천하는 군산북클럽네트워크] 책모임 '타오?!'와 '산들'의 시간 23.10.22 10:54l최종 업데이트 23.10.22 10:54l 김규영(bruja) 군산북클럽네트워크는 지역에서 함께읽기를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책모임들의 자발적 만남이다. 지난 10월부터 군산대학교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게 된 정담북클럽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참여 독서회들이 각자의 책읽기 방식을 선보인다. 11월에는 각 독서회들이 직접 모신 책의 저자나 관련 전문가를 초대손님으로 모신다. '오픈북클럽'이라는 이름처럼 평소 '우리끼리' 나누던 자리를 공개적으로 펼친 것이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다. 각기 편한 방식대로 떠들고 이야기 나누려고 만난 책모임인데, 낯선..

책이야기 2023.10.29

평론하는 마음

평론하는 마음 입력 : 2023.10.25 20:29 수정 : 2023.10.25. 20:44 성현아 문학평론가 어느 젊은 시인의 시집 해설을 쓰고 있다. 시집이나 소설집 말미에 실려 해당 책의 방향성을 소개해주고 책에 묶인 각각의 작품이 지니는 의미를 살펴주는 짤막한 글을 본 적이 있을 테다. 이러한 종류의 글을 해설이라고 부르는데, 주로 문학평론가들이 쓴다. 작품론이나 리뷰, 주제가 있는 평론을 쓰는 일보다 해설을 쓰는 일이 언제나 더 어렵게 느껴진다. 여러 저자의 글이 한 권의 책에 함께 묶이는 여타의 글과 달리, 해설은 한 권의 책에 딱 한 편만 실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해설을 잘 쓰지 못하면, 한 작가의 책을 망치게 되리라는 부담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해설 청탁을 받아두고 압박감에 시달리던..

책이야기 2023.10.27

혀 위에서 만나요

혀 위에서 만나요 입력 : 2023.10.20 20:49 수정 : 2023.10.20. 20:53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아동문학평론가 책을 읽다보면 이 작고 가벼운 물체가 뭐길래 사람 마음을 이렇게 뒤흔드는지 경이로울 때가 있다. 책은 고정된 사물이어서 분초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이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책은 흐르는 강물이기도 하다. 떠다니는 섬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속도로 헤엄쳐 책의 섬으로 다가오고 이 섬에 모여 작가라는 사공이 젓는 배에 오른다. 그 뒤로 얼마나 유장한 풍경이 펼쳐지는지는 실제 책을 읽은, 독자가 되어본 사람만이 안다. 얼마 전 19회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책이 이끄는 절경을 보았다. 100여명의 동승자들만 누리기엔 아까운 순간이었기에 고정된 활자로 남겨..

책이야기 2023.10.21

분서갱유의 카르텔

분서갱유의 카르텔 입력 : 2023.10.18 20:10 수정 : 2023.10.18. 20:11 장지연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역사문화학전공 교수 2000년대 초반 일이다. 개성공단으로 남북 협력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모 방송국에서 개성을 직접 방문해 그 역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 마침 내가 속한 연구 모임이 고려 개경을 연구하고 있었기에, 방송국에 여러 자문과 함께 북한 측 연구자 ㅈ씨를 만나서 연구 이야기를 들으라고 조언했다. ㅈ씨는 해방 후 개경 성곽 전체를 직접 조사하여 논문을 발표한 유일한 분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온 방송국팀이 전한 북한의 환경은 열악했다. 수시로 정전이 되는 바람에 촬영이 자주 중단됐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추천한 ㅈ씨는 자신의 박사논문 원고를 보자기에 싸..

책이야기 2023.10.20

이제 막을 내리는 하루키 월드

이제 막을 내리는 하루키 월드 입력 : 2023.10.20 20:49 수정 : 2023.10.20. 20:53 한윤정 전환연구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이 나왔다.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 동안 하루키 소설을 따라 읽어온 터라 이번에도 습관처럼 책을 주문했고, 760쪽 분량이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이틀간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다. 나처럼 오래된 독자들 때문인지 혹은 ‘하루키’라는 이름이 여전히 새로운 독자들을 끌어들이는지, 이 책은 예약판매 단계부터 3쇄라는 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두 달째 주요 서점의 문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49년생으로 올해 74세인 하루키는 극렬한 학생운동 세력인 ‘전공투 세대’로서 폭력적 집단주의에 반발해 개인의 내면과 일상에 천착했다...

책이야기 2023.10.20

창피한 가난? '현피' 떠보면 달라진다는 언니

창피한 가난? '현피' 떠보면 달라진다는 언니 구술생애사 최현숙, 23.10.12 11:58l최종 업데이트 23.10.12 13:21l 글: 최문희(moonf69)그래픽: 고정미(yeandu) 일하는 사람의 기록을 담은 책을 소개한다. 송곳이 되어 준 작가의 경험과 필자의 지금을 들여다보아 변방에서 안방으로 자리를 넓혀 먹고사는 오늘의 온도를 1℃ 올리고자 한다. [기자말] 싸움에서 용감하게 활약하여 공을 세운 이야기들 천지였다. 이른바 무용담을 말하는 주변 사람들. 부모님이든 이웃 어르신이든 상급자든, '그리하여 오늘날 내가 떳떳하게 살아간다' 하고 털어놓는 인생 드라마를 듣다보면 기가 빨렸다. 딴생각할 재간도 없는 목석같은 성향 탓에 타인의 굿판 같은 이야기를 묵묵히 듣다가 시시때때로 궁금해졌다. '..

책이야기 2023.10.13

“‘목마와 숙녀’ 박인환은 역사·현실 의식 강한 시인이었죠”

“‘목마와 숙녀’ 박인환은 역사·현실 의식 강한 시인이었죠” [짬] 박인환 전집 5권 완간 안양대 맹문재 교수 안양대 국문과 교수인 맹문재(60·사진) 시인은 이른바 참여시인이다. 그는 20대 후반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기 앞서 포스코에서 7년 동안 철판을 옮기고 뒤틀린 것을 바로잡는 노동을 했다. 1991년 시인으로 등단해 전태일문학상(1993)과 윤상원문학상(1996)을 받았다. 농부이자 광부의 아들인 그는 3년 전에는 광산촌을 다룬 시를 한데 모아 사북항쟁 40주년 기념시집 ‘사북 골목에서’를 펴냈다. 그가 간행을 주도하는 ‘푸른사상 시선’은 그간 181권을 냈는데 선정 시인 다수가 노동자이다. 2019년에는 민족문학연구회 창립을 이끌어 그간 220여명 회원과 친일문학상 폐지운동도 해왔다. 한국작가회..

책이야기 2023.10.09

한글날, 우리말의 위기

한글날, 우리말의 위기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출판인 공상과학(SF) 소설이 대세다. 화제작이 많아 연휴 중 몇편 읽었다. 참신한 상상력과 뚜렷한 주제의식,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 소수자와 다양성에 주목하는 따뜻한 시선까지 뛰어난 작품이 많았다. 맞서 싸우거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어던진 뒤로 우리 소설이 얼마나 다채롭고 생생해졌는지 새삼 놀랐다. 역설적이지만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문학에서 더 많이 배우는 것 같기도 하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창작인데도 문장이 번역문처럼 읽혔다. 요구된다, 포함된다, 해당된다, 제공된다, 가족 구성원 등은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억지스럽게 옮겨졌거나 불필요하게 끼어든 표현이 굳어진 것이다. 문장 구조도 그렇다. 영어의 ‘물주구문’을 ..

책이야기 202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