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29

책과 출판에 대하여

책과 출판에 대하여 입력 : 2023.12.20 22:30 수정 : 2023.12.20. 22:36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어쩌다 보니 책과 출판을 말하는 자리에 꾸준히 나가게 되었고 어느덧 그 시간이 10년을 훌쩍 넘었다. 이맘때면 올해의 출판 트렌드와 내년을 전망하는 자리가 꾸준하다. 책을 출간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내년에 나올 책들은 목록뿐 아니라 대략의 일정까지 결정되어 있을 터, 실제로 내년에 세상에 나와 독자를 만날 책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훨씬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자료 취합 과정과 각 출판사의 정보 공개 상황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겠다. 각 언론사와 몇몇 서점에서 개별 자료를 취합하여 전하는 소식 정도로 아쉬움을 달..

책이야기 2023.12.23

작가 된 아이들의 소감 '이 수업 다신 안 들을래요'

작가 된 아이들의 소감 '이 수업 다신 안 들을래요' [2023년 올해의 ○○] 24명 중학생들과 함께 만들어낸 책들을 소개합니다 23.12.17 14:44l최종 업데이트 23.12.18 11:43l 장순심(baram1177) 2023년의 출판시장이 위기라고 한다. 출판 매출은 5% 내외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2021년부터 연속 3년간의 침체라고 한다. 거기에 제반 비용(제작과 물류, 종이)의 인상은 이익률의 감소로 연결된다. 출판에 종사하는 우수한 인력들은 자연스럽게 타 업종으로 유출되고, 출판시장은 총체적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출판시장의 이러한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관심이 크다. 많은 이들이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가까운 지인들이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

책이야기 2023.12.18

작가의 작가

작가의 작가 코맥 매카시(1933~2023). EPA 연합뉴스 [크리틱] 정영목 | 번역가·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어떤 사람들이 소설을 가장 많이 또 가장 열심히 읽을까? 누가 조사한 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 그 답은 소설가(지망생 포함)가 아닐까? 그다음은 소설 생산과 관련된 “업계” 사람들. 물론 작가 자신이 독자를 동업자에 한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소설을 쓰고 또 읽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 공동체는 소설가를 낳고 양육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소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유지되는 동시에 소설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내 소설을 읽어주겠지 하는 실낱같은 기대에 기적처럼 부응하는 마지막 독자 집단으로서, 말하자면 소설의 최후 보루가 되는 셈이다. ..

책이야기 2023.12.17

헌 책의 가격

헌 책의 가격 헌책들. 위키미디어 [크리틱]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방송인 유병재씨가 법정스님의 ‘무소유’(범우사, 1976) 초판본(정확하게는 초판 초쇄본)을 구입했다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공개했다. 정가는 280원. 구입가격은 100만원. ‘드디어 소유합니다’라는 그의 진술과 ‘무소유'라는 책 제목, 그리고 심상치 않은 가격은 서로 어긋나면서 하나의 재담을 구성하는데, 많은 이들이 이를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왜 책을 100만원이나 주고 사느냐고 화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저런 희귀본이 아니더라도 중고 책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나는 평생 새 책보다 헌책을 더 많이 샀다고 생각하는데, 지켜 온 원칙이 하나 있다. 헌책 가격이 현행 정가의 55% 이상일 때는 포기한다는 것이..

책이야기 2023.12.17

"이런 제목은 어떻게 뽑아요?" 답변드립니다

"이런 제목은 어떻게 뽑아요?" 답변드립니다 [제목의 이해] 시인의 눈으로 보기 23.12.14 11:23l 최종 업데이트 23.12.14 11:23l 최은경(nuri78)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게 된 사연 하나. 이라는 책을 본 독자가 그 책을 출간한 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냈단다(서로 아는 사이인 듯). "이렇게 멋진 중제(아마도 제목 옆의 부제를 말한 것 같음 - 기자말)는 어떻게 뽑아요?"라고. 그랬더니 돌아온 말. "원고에 있는 말이에요 ㅎㅎㅎ" 나도 이와 비슷한 말을 종종 했더랬다. "제목 괜찮다"는 말에 별달리 할 말이 없을 때. 그 문장은 내가 지은 게 아니고 본문에 있는 내용으로 뽑은 게 사실이니까. 이 독자가 '멋지다'라고 한 문장은 '우리에겐 더 많은 단어가 필요하다'였다. 에..

책이야기 2023.12.17

나는 한 번도 혼자 쓴 적이 없었다

나는 한 번도 혼자 쓴 적이 없었다 [올해의 ○○] 글쓰기가 이끈 만남과 응원 23.12.14 17:49l최종 업데이트 23.12.14 17:49l 김현진(slowsteps) 삶이 마련해 둔 뜻밖의 기쁨과 응원이 언제고 내게 알맞게 도착했다. 글로 또박또박 적을수록 그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러니까 새해에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그럴 것임을 기억한다. 오늘도 응원하고 응원 받았던 과거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미래의 응원을 적어 나간다. 혼자 쓰는 글은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져 스스로를 의기소침하게 만들 때가 많다. 쓰는 일은 나라는 벽 앞에 홀로 서는 일이라서. 그걸 감내해야 글을 완성할 수 있지만 과정에서도 홀로인 건 아니다. 지칠 때마다 나라는 벽에서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때마다 행운처럼 누군가를..

책이야기 2023.12.17

우린 스포일러에게 지지 않는다

우린 스포일러에게 지지 않는다 입력 : 2023.12.13 20:25 수정 : 2023.12.13. 20:26 김태권 만화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두광의 쿠데타는 성공한다.” 화제의 영화 , 나는 감히 스포일러를 던진다. 뭐라고, 독자님은 이미 아셨다고? 스포일러란 이야기 뒷부분을 미리 알려주어 김빠지게 만드는 말이나 글을 말한다.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기가 어려운 시대다. 커뮤니티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남긴 소감이 가득하다. 스포일러는 작품 감상을 얼마나 망칠까? 라는 책이 나왔다. 원래 미국 책 제목은 였다. 이 책은 영화와 드라마 작법서에 그치지 않고, 도박이며 스포츠며 미술사며 교육과 종교까지 두루 건드린다. 삶은 미스터리 박스, 세상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매력이..

책이야기 2023.12.16

임꺽정이 맺어준 괴산의 인연

임꺽정이 맺어준 괴산의 인연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시골에 책방을 열고 10년, 다녀간 모든 이들이 물었다. 왜 괴산이었느냐고. 부부가 모두 서울 태생인 데다 괴산에 아무 연고도 없으니 우리조차 왜 하필 괴산이었는지, 우리 삶을 이끌고 온 인연을 한번씩 생각해 보곤 한다. 2006년의 일이다. 아직 귀촌을 생각하지 않았을 때인데 충북 괴산에서 열리는 ‘홍명희 문학제’에 초청을 받았다. 가을이 무르익는 11월의 첫주, 단풍 나들이 삼아 초등학생이던 아들까지 함께 온 가족이 길을 나섰다. 그해 초청 연사로 함께한 김훈 작가도 괴산이 처음이라고 했다. 작가는 괴산이 신문방송에 자주 언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좋은 동네인 것 같다고 했다. 지명을 들었을 때 딱히 뭐라 떠오르지 않는 평범함과 무난함에 ..

책이야기 2023.12.15

괴산 시골잡지 ‘툭’ 아시나요

괴산 시골잡지 ‘툭’ 아시나요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9월1일부터 3일까지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부스를 하나 제공받아 책 판매자로 참여했다. 기온이 한없이 치솟은 불볕더위 속, 그늘 한 점 없는 광장에서 판매해야 할 책들을 늘어놓는 일만으로도 온몸은 땀에 범벅이 되었다. 얼굴은 벌겋게 타올랐고 일사병 걸린 사람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지만 사흘 동안 꼬박 광장을 지켰다. 괴산에서 일산까지 가서 독서대전에 참여한 이유는 하나다. 비영리 출판물인 괴산로컬잡지 ‘툭’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괴산에 귀촌하여 인생 후반전을 꾸린 이들 가운데 책으로 생업을 삼고 있는 출판쟁이들이 서로의 고단함이나 토로해볼까 해서 모인 게 3년 전이다. 한결같이 도시에선 미처 보이지 않았던 지..

책이야기 2023.12.02

선배가 불렀다 "이런 거 말고... 제목 10개씩 다시"

선배가 불렀다 "이런 거 말고... 제목 10개씩 다시" [제목의 이해] 문장 감각 키우기 23.11.16 17:13l최종 업데이트 23.11.16 19:58l 최은경(nuri78) 편집기자가 팀장이 되면 후배가 편집한 원고를 '데스킹'한다. 글 한 편을 독자에게 선보이기 전에 편집의 완성도와 제목, 사진, 본문 중제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때 제목을 다시 뽑아보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제목 한 문장을 읽었을 때 직관적으로 궁금한 마음이 들지 않거나, 재밌다고 느껴지지 않거나, 너무 착한 문장, 그러니까 공자님 말씀 같거나 등등의 이유가 생겼을 때. 그러고 나면 가끔씩 예전 일이 생각난다. 그러니까 내가 막 입사해서 편집 일을 배울 무렵 말이다. 제목을 몇 개씩 뽑아보라는 요청 ▲ 나는 번번이 싸..

책이야기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