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93

우린 스포일러에게 지지 않는다

우린 스포일러에게 지지 않는다 입력 : 2023.12.13 20:25 수정 : 2023.12.13. 20:26 김태권 만화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두광의 쿠데타는 성공한다.” 화제의 영화 , 나는 감히 스포일러를 던진다. 뭐라고, 독자님은 이미 아셨다고? 스포일러란 이야기 뒷부분을 미리 알려주어 김빠지게 만드는 말이나 글을 말한다.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기가 어려운 시대다. 커뮤니티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남긴 소감이 가득하다. 스포일러는 작품 감상을 얼마나 망칠까? 라는 책이 나왔다. 원래 미국 책 제목은 였다. 이 책은 영화와 드라마 작법서에 그치지 않고, 도박이며 스포츠며 미술사며 교육과 종교까지 두루 건드린다. 삶은 미스터리 박스, 세상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매력이..

책이야기 2023.12.16

임꺽정이 맺어준 괴산의 인연

임꺽정이 맺어준 괴산의 인연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시골에 책방을 열고 10년, 다녀간 모든 이들이 물었다. 왜 괴산이었느냐고. 부부가 모두 서울 태생인 데다 괴산에 아무 연고도 없으니 우리조차 왜 하필 괴산이었는지, 우리 삶을 이끌고 온 인연을 한번씩 생각해 보곤 한다. 2006년의 일이다. 아직 귀촌을 생각하지 않았을 때인데 충북 괴산에서 열리는 ‘홍명희 문학제’에 초청을 받았다. 가을이 무르익는 11월의 첫주, 단풍 나들이 삼아 초등학생이던 아들까지 함께 온 가족이 길을 나섰다. 그해 초청 연사로 함께한 김훈 작가도 괴산이 처음이라고 했다. 작가는 괴산이 신문방송에 자주 언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좋은 동네인 것 같다고 했다. 지명을 들었을 때 딱히 뭐라 떠오르지 않는 평범함과 무난함에 ..

책이야기 2023.12.15

괴산 시골잡지 ‘툭’ 아시나요

괴산 시골잡지 ‘툭’ 아시나요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9월1일부터 3일까지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부스를 하나 제공받아 책 판매자로 참여했다. 기온이 한없이 치솟은 불볕더위 속, 그늘 한 점 없는 광장에서 판매해야 할 책들을 늘어놓는 일만으로도 온몸은 땀에 범벅이 되었다. 얼굴은 벌겋게 타올랐고 일사병 걸린 사람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지만 사흘 동안 꼬박 광장을 지켰다. 괴산에서 일산까지 가서 독서대전에 참여한 이유는 하나다. 비영리 출판물인 괴산로컬잡지 ‘툭’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괴산에 귀촌하여 인생 후반전을 꾸린 이들 가운데 책으로 생업을 삼고 있는 출판쟁이들이 서로의 고단함이나 토로해볼까 해서 모인 게 3년 전이다. 한결같이 도시에선 미처 보이지 않았던 지..

책이야기 2023.12.02

선배가 불렀다 "이런 거 말고... 제목 10개씩 다시"

선배가 불렀다 "이런 거 말고... 제목 10개씩 다시" [제목의 이해] 문장 감각 키우기 23.11.16 17:13l최종 업데이트 23.11.16 19:58l 최은경(nuri78) 편집기자가 팀장이 되면 후배가 편집한 원고를 '데스킹'한다. 글 한 편을 독자에게 선보이기 전에 편집의 완성도와 제목, 사진, 본문 중제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때 제목을 다시 뽑아보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제목 한 문장을 읽었을 때 직관적으로 궁금한 마음이 들지 않거나, 재밌다고 느껴지지 않거나, 너무 착한 문장, 그러니까 공자님 말씀 같거나 등등의 이유가 생겼을 때. 그러고 나면 가끔씩 예전 일이 생각난다. 그러니까 내가 막 입사해서 편집 일을 배울 무렵 말이다. 제목을 몇 개씩 뽑아보라는 요청 ▲ 나는 번번이 싸..

책이야기 2023.11.17

1950년도 출간되어 아직도 아마존에서 팔리는 책

1950년도 출간되어 아직도 아마존에서 팔리는 책 길버트 하이트가 쓴 (아침이슬)을 읽고 23.11.15 09:16l최종 업데이트 23.11.15 09:16l 김홍규(plataux) ▲ 책 표지 길버트 하이트(Gilbert Highet)가 1950년에 쓴 책 표지이다. ⓒ 아침이슬 쉬운 내용인데 유독 읽기 어려운 책이 있다. 길버트 하이트(Gilbert Highet)가 쓴 도 내게 그런 책이었다. '뼈를 때리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한참을 꼼짝하지 못했다. 지난 교직 생활이 떠올라 읽던 책을 여러 번 덮었다. 다음 인용 문장들도 내 심장과 뇌를 오랫동안 붙잡아 두었다. "가르침이란 극히 미묘한 것이다." (책, 17쪽) "기억하라, 학생들은 그것을 아주 단번에, 너무도 민감하게 알아차린다는 것을" (책,..

책이야기 2023.11.16

창작과 사업, ‘두 사람’의 나

창작과 사업, ‘두 사람’의 나 입력 : 2023.11.15. 20:25 김태권 만화가 “나는 아이디어를 내고, 인공지능은 글 쓰고 그림을 그리는 창작의 미래.” 창작자인 나는 상상한다. 창작자의 상상이 사실이 될까? 사업가인 또 다른 내가 나를 찾아와 말한다. “아무리 즐거운 상상도 사업성이 없으면 현실이 되지 못해.” 이렇게 두 사람의 나는 대화를 시작한다. 얼마 전 오픈AI의 발표회가 있었다(오픈AI는 챗GPT를 선보인 인공지능 회사다). 아이를 재우느라 우리 시간으로 한밤중에 하는 발표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새벽 시간에도 여러 친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만큼 관심을 모으는 행사였다. 그 며칠 후 이재민 평론가와 만났다. 그 역시 평론가와 사업가 두 사람으로 나뉜 듯했다. 우리 둘, 아니..

책이야기 2023.11.16

퇴직 후 글 쓰는 사람으로 삽니다

퇴직 후 글 쓰는 사람으로 삽니다 POD 출판으로 출간작가 되기 23.11.08 10:13l최종 업데이트 23.11.08 13:15l 유영숙(yy1010) 요즘 읽는 책이 있다. 이다. 아홉 분의 작가가 글쓰기를 하며 달라진 일상을 에세이로 쓴 책이다. 전직 아나운서, 약사, 유초등교사, 전업주부, 회사원, 강사 등 직업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다. 40대가 많다. 40대는 지나온 인생을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을 깊게 생각해 보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아홉 분 모두 글을 쓰다 보니 책도 출간하여 출간작가가 되었다. 출간작가가 되면서 강의도 다니고 바쁜 일상을 살고 계시다. 가장 중요한 것이 글쓰기가 삶을 변화시키고 성장시켰다고 말한다. 지금 모두 행복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나도 퇴직 후에 글 쓰는 ..

책이야기 2023.11.11

[김병익 칼럼] 노년의 책 읽기

[김병익 칼럼] 노년의 책 읽기 김병익 | 문학평론가 복거일이 기증한 그의 다섯권짜리 장편소설 ‘물로 씌어진 이름’을 보기 시작하다가 내 정신은 그 주인공 이승만으로부터 엉뚱하게 내 소년기의 옛 시절로 빠졌다. 이 소설의 처음이 내 출생 시기와 비슷한 탓이었으리라. 초등학교 입학하는데 어쩌면 시험 볼지 모른다고 갓 중학생이 된 형이 내 일본어 이름과 학교 이름을 한자로 가르쳐주어 그걸 익히던 일이 회상된 것이다. 그리고 열살 때던가, 누이가 빌려온 소설책에서 재미난 중간제목이 눈에 띄어 보기 시작해, 그 끝을 먼저 본 뒤 앞으로 돌아가 다 본 것이 내 성인도서의 첫 읽기였다. 저자며 책 이름은 당연히 잊어버렸지만 당시 유행하던 이른바 ‘대중소설’이었고 내 책읽기가 거기서 시작했기에, 그 후 청소년들이 어..

책이야기 2023.11.11

이상한 것, 중요한 것, 아름다운 것

이상한 것, 중요한 것, 아름다운 것 입력 : 2023.11.08. 20:29 인아영 문학평론가 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시의 길이와 무관하게 서사, 장면, 언어라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고 말해보자. 시에서는 일련의 사건이 흘러가기도(서사), 하나의 풍경이 드러나기도(장면), 말 자체가 서술되기도 한다(언어). 한 편의 시에는 세 요소가 혼합되어 있을 테고, 세 가지 모두 시가 꽤나 잘 다루는 영역이지만, 장면에 관해서라면 시라는 장르와 유독 각별하다. 물론 소설처럼 이야기에 육박하는 시도 있고, 사진처럼 순간으로 압축되는 시도 있으며, 철학처럼 명제로 승화되는 시도 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머물게 하는 일이라면 시만큼 잘하는 장르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책이야기 2023.11.10

"1인시위 하면 소설 구상이 잘 된다"는 이 작가

"1인시위 하면 소설 구상이 잘 된다"는 이 작가 [인터뷰] 닿을 수 없는 고통을 SF에 담는 '미미한 작가', 정보라 23.10.31 17:29l최종 업데이트 23.10.31 17:36l 장슬기(achampspd) "삶이 고통의 바다라서…" 지난 8월 장편소설 를 출간한 정보라 작가는 자신이 고통에 천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소설만이 아니다. 박사논문 1장 제목도 '고통과 괴로움'이다. 고통은 인류의 오랜 관심사다. 살아있는 이들만 고통을 느낄 수 있기에 고통은 삶과 죽음을 구별하는 기준이자 삶의 본질인지도 모른다고 정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두가 겪는다고 해도 고통을 타인과 공유하긴 만만치 않다. 고통은 저마다 고유하고, 타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저 상대방의 고..

책이야기 2023.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