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83

책 버리려거든 통도사로 보내시오…“책들한테는 절이 최고 안전”

책 버리려거든 통도사로 보내시오…“책들한테는 절이 최고 안전”[토요판S] 커버스토리책의 오디세이 ⓷ 영축의 도서관 폐기 장서 구조하는 ‘생명 은인’조계종 성파 종정, 2018년부터 통도사에 ‘책 무한대 모으기’도서관서 버려진 책들과 퇴임 교수 책 70만권 ‘올 곳’ 마련“책 지키는 것도 일종의 호국…영축산 전체 도서관 되는 꿈꿔” 이문영기자 수정 2024-11-16 19:36등록 2024-11-16 07:30  지난 3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의 ‘하우스 서고’에서 조계종 종정이자 통도사 방장인 성파 스님이 그동안 모아온 책들을 보고 있다. 서고는 2018년부터 전국에서 보내온 ‘갈 곳 없던 종이책’ 70여만권으로 가득하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산이 병풍처럼 둘러친 너른 사찰 ..

책이야기 2024.11.22

인생이라는 이름의 회전목마

인생이라는 이름의 회전목마입력 : 2024.11.21 20:05 수정 : 2024.11.21. 20:07 김봉석|문화평론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잠이 잘 들지 않는 밤에는, 빗소리나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한다. 재클린 듀프레이의 첼로 연주들, 영화 토니 타키타니>에 나오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솔리튜드(Solitude)’와 함께 자주 듣는 음악은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인생의 회전목마(人生のメリ-ゴ-ランド)’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메인 테마곡. 왈츠풍의 ‘인생의 회전목마’는 차분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여 활기찬 어린 시절에서 청년을 거쳐 절정에 이르렀다가 천천히 정리되었다가 다시 이어지는, 인생을 회전목마에 비유한 곡이다. 어린 시절,..

책이야기 2024.11.22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입력 : 2024.11.20 20:05 수정 : 2024.11.20. 20:14 성현아 문학평론가  노벨 문학상 수상의 여파로 한강 작가의 소설에 관해 글을 쓰거나 이야기할 일이 생겼다. 담당할 한 권을 택해야 할 때마다 나는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2014)를 골랐다. 그것이 한강 작가의 가장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초등학생이던 때, 우연히 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이 진행 중이던 당시의 현장을 촬영한 독일 기자 힌츠페터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영상물이다. 왜 사람을 쏘아 죽이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총에 맞아 입이 사라진 시신을 봤다. 그날 이후로 ..

책이야기 2024.11.21

초등생 글쓰기 수업, 끝날 때면 목이 아파옵니다

초등생 글쓰기 수업, 끝날 때면 목이 아파옵니다아이들 가르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도 목소리 높여 외치는 이유24.11.14 15:46l최종 업데이트 24.11.14 15:46l 김정주(mukhyangr)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피곤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순전히 내 욕심 때문에 그렇다. 그놈의 한글자라도 더 가르쳐내고야 말겠다,라는 아직은 버리기 힘든 소중한 욕심. 나는 지난 7월부터 동네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작은 글쓰기 교습소를 시작해 해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교습소에 자발적으로 등록한 아이는 아직까지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님 손을 꼭 잡고, '엄마 아빠 나 이곳을 다녀야겠어요, 저에게는 읽고, 말하고, 쓰고, 이 공부가..

책이야기 2024.11.14

"문장은 짧게" 강조했는데 예외도 있네요

"문장은 짧게" 강조했는데 예외도 있네요긴 문장에 담긴 어르신들의 진심... 나를 위해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다24.11.07 11:41l최종 업데이트 24.11.07 11:41l 최은영(christey)  2024년 2월부터 주 1회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싣습니다.[기자말]  나는 복지관에서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내풀책)'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한다. 복지관의 많은 수업 중 굳이 글쓰기를 선택해 주신 어르신들에게 나는 늘 고맙다. 그러니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매우 긴 문장을 쓰신다. 한 문장이 A4용지 10포인트 기준으로 3줄을 넘기는 일이 잦다. 문법 오류를 줄이려면, 읽는 사람을 고려한다면, 문장..

책이야기 2024.11.10

책방 순례

책방 순례입력 : 2024.11.06 20:05 수정 : 2024.11.06. 20:14 임의진 시인  예전엔 ‘데모’의 세상이었다. 지금은 이 세상 분이 아닌 마광수 교수는 대학생 시절을 회고하기를 “나는 대학 1학년은 데모를 옆에서 지켜보거나 참가하는 것으로 끝이 난 것 같다. 그 긴 휴교의 가을방학 기간 동안 나는 유용한 시간들을 많이 가졌고, 학교 뒤 숲을 거닐며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기이한 청춘을 보냈음직한데, 소싯적 프로이트와 융, 쇼펜하우어의 ‘비극적 인생’을 읽는 등 사색과 독서를 즐겼더란다. 책 읽는 시간보다는 손전화기와 소셜미디어 방에 올린 제 얼굴을 더 많이 쳐다보는 세상이 되었다. ‘칼 마르크스’를 곱씹던 세대와 달리 요새 청춘들은 ‘칼 마구대스’ 외모 성형과 ‘돈타령..

책이야기 2024.11.09

서가의 책을 버리는 법 [똑똑! 한국사회]

서가의 책을 버리는 법 [똑똑! 한국사회]수정 2024-11-04 18:47 등록 2024-11-04 16:44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출판인  어려서부터 아버지께 “책을 천하게 여기는 것은 아비를 천하게 여기는 것”이란 말씀을 듣고 자랐다. 자라면서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주로 헌책방을 드나들었지만, 낡은 책도 소중히 여겼다. 한창 돈을 벌 때는 책과 음반을 마음껏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 그러다 전자책이 나왔다. 신세계였다. 쌓여만 가는 책을 기증하거나 폐기하지 않아도 되고, 휴대폰만 있으면 수천권의 장서를 고스란히 갖고 다닐 수 있었다. 그래도 캐나다 이민 올 때 수백권의 종이책을 가지고 왔다. 짐을 줄여야 했지만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책이 너무 많았다. 이민 생활은 힘들었다. ..

책이야기 2024.11.05

‘폐기 선고’ 책 45만권 ‘구출 작전’…결국 27만권은 과자상자가 됐다

‘폐기 선고’ 책 45만권 ‘구출 작전’…결국 27만권은 과자상자가 됐다[한겨레S] 커버스토리 | 책의 오디세이 ② 45만권의 생사울산대 도서관 장서 폐기 추진…대출 실적 등 기준인문대 교수들 반발…재선별 설득해 38% 구출 이문영기자 수정 2024-10-28 07:08등록 2024-10-26 07:30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들이 한국 출판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판매 기록을 쓰고 있다. 이 현상이 작가 개인의 작품을 넘어 디지털에 밀려나는 종이책 전반의 시간까지 연장해줄진 알 수 없다. 스웨덴으로부터 ‘뉴스’가 날아들기 1년 전 종이책의 위태로운 현실을 상징하는 사건이 남부의 한 도시에서 벌어졌다. ‘그곳’에 모인 책들의 서로 다른 운명과 책들을 살리려는 구성원들의 분투는 노벨..

책이야기 2024.11.03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요양원의 어떤 진실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요양원의 어떤 진실김영희 외 요양보호사들이 쓴 돌봄의 얼굴>사는 이야기 최문희(moonf69)  누구나 노년에 대비해 이런 소망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내 집에서 무사히 죽을 수 있었으면.' 소망을 좀더 현실적으로 풀어 보면 어떨까. '어느 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혹은 '병원에 내원해야 하는데 누구에게 차를 태워 달라고 말해야 할까?' 요 몇 년간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돌봄'에 관한 이야기는 차고 넘치지만, 당장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노년의 생활을 떠올려 보면 망연자실해진다. 돌봄으로 연대하는 방법은 고사하고 스스로 잘 살 수 있을지부터 의문스럽다. 내가 먼저 죽든 반려자가 세상을 뜨든 한 명이 홀로 살아간다고 예감하면, 늙어서도 이웃..

책이야기 2024.10.31

노벨문학상과 문해력 [세상읽기]

노벨문학상과 문해력 [세상읽기]수정 2024-10-29 19:32 등록 2024-10-29 18:41 김현성 | 작가  얼마 전 우리나라에는 사회적인 경사가 하나 있었다. 우리나라의 소설가인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한국의 굴곡진 현대사라는 역사와 한강 특유의 시적 산문이 결합된 그만의 고유한 문학성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도 매우 기쁜 일이지만, 이 문학상이 우리에게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한글과 한국어’로 작성된 문학 작품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들에게 읽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글과 한국어는 우리 고유의 문자와 언어이지만, 왠지 이것은 우리나라 안에서만 통하는 것이지 세계적으로는 통하지 않는, 그러니까 소위 ‘장사가 안되는’ 문자와 ..

책이야기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