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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치'

닭털주 2022. 4. 9. 18:03

그의 정치

오수경 자유기고가

 

 

요즘 정치란 무엇인가?” 질문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학자의 언어와 지혜자의 통찰을 가지지 못했기에 겸손하게 사전을 찾아보았다.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이 질문은 분명 정치인의 외피를 썼지만, “저게 정치라고?” 걱정이 될 정도의 행보를 보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덕분에 하게 되었다.

 

그의 정치를 돌아보자.

그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일보다는 여성 인권신장에 기여하고, 가족을 위해 일하라고 만든 여성가족부를 없애려는 등 반대의 일을 하는 데 몰두했다.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기는커녕

여성과 남성, 시민과 시민, 장애인과 장애인을 갈라치기 하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장애를 가진 시민의 권리를 위해 지하철 시위에 나선 이들의 행동을 반문명으로 규정했다.

그간 ‘0선 중진이라는 비웃음을 감내하며 꿋꿋하게 정치인의 길을 걷던

그가 배운 게 사회 구성원 사이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힌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내어 교묘하게 갈라치기 하며 혐오를 정치라 우기는 기술이라니.

그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겠다.

다시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보자.

이번에는 드라마의 말을 빌려본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이정은 문화체육부 장관은 기획재정부가 불가 통보한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사업 예산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린다. 지시를 받은 최수종 기획조정실장은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검토하다가 이렇게 고백한다.

필요 없는 사업은 없더라고. 뭐가 더 중요한지 결국 사람이 정하는 거더라고. 내가 하는 일이 바로 정치였던 거야.”

정부와 국회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을 배분하고, 법을 만드는 일을 정치라 부른다. 그 정치에는 무수한 사람의 삶이 걸려있다. 정책과 제도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 판단되어 생긴 것이므로 그것을 없애거나 막는 일도 사람이 고려되어야 한다. 국민 없는 정부가 존재할 수 없듯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정치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 때문이다.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확대되어 그 기능을 수행하게 된 사회적 맥락과 필요를 이해하는 일이란 그 안에 담긴 사람, 정치인들이 그저 표로만 계산했을 사람이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헤아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걸 없애려고 한다면, 부처를 만들어야 했던 때보다 더 합당한 이유와 정교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단지 일곱 글자로 밀어붙이는 게 정치가 아니란 말이다. 그러라고 부여한 권력이 아니다.

 

장애인 권리도 마찬가지다.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정치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 정치에 장애를 가진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배제할 권한까지 포함된 게 아니다.

우리는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를 원하지,

시민의 권리를 애써 축소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걸 정치라고 승인하고 싶지는 않다.

이준석 대표가 그토록 원하는 문명사회에서는 그걸 정치라 부르지 않는다.

이준석 대표에게 묻고 싶다.

정치란 무엇인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