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살이] 부동층이 부럽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확신이 안 선다. 사무실 온풍기 불을 껐는지, 안 껐는지. 이미 버스는 탔고, 돌아갔다 오면 약속 시간엔 늦는다. 끈 거 같기도 하다. 종일 틀어놔도 별 탈 없었고. 하지만 ‘만에 하나’ 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버스에서 내린다. 돌아가지 않으면 내내 걱정일 테고, 갔는데 불이 꺼져 있으면 허탈하겠지. 되돌아간 보람이라도 있으려면, 차라리 불이 켜져 있기를! 선거는 사람들 마음에 심리적 확고함이라는 굳은살이 자라게 한다. 일종의 최면 상태이다. 평소보다 접하는 정보는 더 편향적이고, 입에서 나오는 말도 확신에 차 있다. 나는 언제나 정의와 진리의 편. 무너진 정의를 세우고 시대정신을 구현하려면 ‘그’가 되어야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