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개혁의 미래 향한 결의의 상징

닭털주 2022. 3. 14. 19:14

개혁의 미래 향한 결의의 상징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

 

동백나무 꽃봉오리가 꿈틀거린다.

겨울에 피는 꽃이어서 겨울 동()을 써서 동백이라고 했지만, 중부지방에서 동백꽃은 이달 중순이 되어야 볼 수 있다. 일부 남부 지방에서는 12월부터 개화와 낙화를 거쳤으나 선운사 동백을 비롯한 중부 지방의 동백나무들은 아직 꽃망울을 꼬무락거릴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 된 동백나무 한 그루인 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도 좀 지나야 꽃을 보여주리라.

고요한 농촌 마을 안에 자리한 정자, 금사정 앞에 서 있는 이 나무는 독립노거수 동백나무로는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나무 나이 500, 높이 6m, 줄기 둘레 2.4m로 우리나라에 살아 있는 동백나무를 통틀어 크기나 연륜에서 단연 최고다.

게다가 사방으로 7m 넘게 펼친 나뭇가지는 가히 동백나무로서 궁극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나무는 500년 전, 기묘사화 때의 피바람을 피해 이 마을로 피신한 사림파 선비들이 심었다. 임붕, 나일손, 정문손 등 11명이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당장은 몸을 피했지만, 정치 개혁에 대한 꿈만큼은 버릴 수 없었던 기개 높은 선비들이었다.

훗날을 기약하며 그들은 개혁 철학을 내려놓지 않기로 맹세하며 결사 조직을 맺었다.

이른바 금강십일인계다. 선비들은 수시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모여서 세상 형편을 살폈다. 마침내 그들은 마을 안쪽의 공터에 정자를 지었다.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혁명 전략을 세울 요량이었다. ‘금강결사조직의 정자임을 강조하기 위해 금사정(錦社亭)’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그들은 허전한 정자 앞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동백나무였다.

하고한 나무 가운데 그들이 동백나무를 고른 것은

추울수록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계절이 바뀌어도 초록의 푸르름을 잃지 않는 절개의 나무여서,

자신들의 처지에 닿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때 그 선비들은 뜻을 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모두 떠났지만, 그들이 심은 한 그루의 나무는 개혁 정신의 기개로 살아남았다.

 

동백나무동백꽃겨울에 피는 꽃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