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골프 대중화와 착시효과

닭털주 2022. 5. 5. 09:35

골프 대중화와 착시효과

 

 

한국갤럽이 발표한 골프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45~7, 성인 1004명 대상)에서

골프는 사치 스포츠라고 응답한 이는 36%, 1992년 첫 조사 때(72%)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골프 칠 줄 안다고 답한 이는 34%1992년의 2%보다 크게 늘었다.

1990년대 이전 골프의 이미지는 환경 파괴, 특권층 전유물, 사치 등과 연결됐다.

누구를 위한 골프공화국인가?’(<한겨레신문> 1990729)

골프장 이대로는 안 된다’(<동아일보> 1991415)

오염장, 골프장’(<조선일보> 19891010)

신문 사설에서도 부정적인 주제로 다뤄졌다.

 

정치권에서도 민감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뒤 나는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사정 국면 등에서 정부가 고위 관료의 골프 금지를 압박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선거 국면만 되면 골프장 인허가나 세제 등이 정책 단골 이슈로 등장한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이 대중골프장 이용요금 심의위원회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쪽에서는 시장원리를 부정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반발했고, 골프 대중화를 위해 개별소비세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골프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은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골프장과 골프연습장의 산업 규모는 20239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골프장 이용 국내 수요와 엠제트(MZ) 세대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골프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은 스포츠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필드에 나가 본 사람은 총 조사 대상자 가운데 14%이다.

보통 사람이 수백만원어치의 장비를 갖추고,

그린피(15~20만원)와 캐디피, 카트비, 식음료비 등을 포함해

130만원 안팎을 지출하기는 쉽지 않다.

스크린 골프도 비용이 따른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스포츠에서도 계급이 반영된다고 했다.

사업 인맥을 넓히고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지만,

돈과 시간이 있어야 골프를 할 수 있다.

500여개의 골프장은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고,

수요는 급증하기에 지불 능력에 따라 향유층이 갈릴 수밖에 없다.

골프 대중화 시대라고 하지만 착시일 수도 있겠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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