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부희령 소설가·번역가 너는 달빛의 아이란다. 어머니는 종종 이야기했다. 늑대 울음 같은 바람이 초원을 휘감고 지나가는 밤이었지. 게르의 천장 틈새로 보름의 달빛이 흘러들어 홀로 잠든 나의 배를 어루만졌어. 달빛은 마른 땅에 내린 빗물처럼 스며들었지. 동틀 무렵까지 환한 빛이 곁에 머물렀어. 얼마 뒤 보름달처럼 배가 부풀었고 네가 태어난 거야. 1) 아이는 바람처럼 떠돌고자 했으나,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병든 어머니를 살릴 약초를 찾으러 떠나거나,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맹세하며 떠나거나. 하지만 어머니는 늑대처럼 강인했고, 달빛은 사그라들었다가도 되살아나곤 했다. 아이는 홀로 초원에 섰다. 먼 곳에서부터 풀이 눕기 시작했다. 몰아치는 바람을 마주 바라보자, 눈동자가 베인 듯 아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