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전쟁을 바꿀 수 있을까 문정희 | 시인 이 봄날 전염병에 쫓기는 것도 기막힌데 지구 위에 전쟁이 일어났다. 러시아 군대의 무력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피난을 떠나고 있다. 다른 나라로 떠나는 기차에 매달려 우는 할머니와 어린아이의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고 있다. 정말 잔인한 봄이다. 생명이 죽어가고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을 구경하다니… 어느 신이 이것을 용납할 수 있으랴. 사방에 꽃은 덧없이 피어나는데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은 봄이다. 일찍이 시인 영랑이 노래한 “찬란한 슬픔의 봄”은 어떤 봄일까. 진정한 봄은 언제 올 것인가. 예술이 전쟁을 바꿀 수 있을까. 시는 써서 뭐 하나. 우크라이나 오데사국립대학으로부터 시낭송 초청을 받은 것은 지지난해였다. 유명한 베를린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