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커피와 고요 고영직 문학평론가 어느 장소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있다. 그런 곳을 ‘케렌시아’라고 부른다. 원래는 에스파냐어로 ‘투우 경기장에서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장소’라는 뜻이었으나, 자신만의 피난처 또는 안식처를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인다. 나를 위한 장소라고나 할까. 누구나 나를 위한 장소가 있다. 그곳이 동네 술집과 카페 같은 곳일 수 있고, 작은 서점·도서관일 수 있으며, 산·바다·강 같은 특정한 자연 공간일 수 있다. 나를 위한 케렌시아는 구체적인 장소를 지칭한다. 그런 장소에서는 나 자신이 편해지고 충만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나 역시 동네 단골 술집을 비롯해 유독 마음 편한 장소들이 여럿 있다. 이곳에 가면 나 자신이 주인장이라도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