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황혼 이세영 논설위원 이진경, 진중권, 안치환. 한국 급진주의를 현대화한 주역으로 난 주저 없이 이 세 사람을 꼽는다. 개인 경험과 또래 집단 분위기가 반영된 주관적 판단이니, 누군가 정색하고 반박하면 힘들여 쟁론할 생각까진 없다. 이들은 소박한 민중주의와 자폐적 민족주의에 긴박됐던 한국의 급진주의를 순수이성(이론)과 실천이성(도덕), 취미판단(예술) 영역에서 세계 시간의 눈금에 맞게 정렬시켰다. 한국 좌파는 이진경에게 지적 엄밀함과 의제의 첨단성을, 진중권에겐 정치·도덕 판단의 엄정함을, 안치환에겐 넉넉한 서정과 정교한 심미안을 빚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대화를 선취한 서구인들이 오랜 논쟁 끝에 합의한 모더니티(문화적 현대화)의 핵심은 이것이다. 종교와 형이상학이 지배하던 문화 영역이 독자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