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선 세상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유몽인이 수경당(水鏡堂)을 제재로 누정기를 썼다. 거울처럼 맑은 물을 뜻하는 수경은 매우 맑고 깨끗한 인품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이를 통해 수경당의 주인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을 법도 한데, 유몽인은 그저 풍경 묘사만으로 작품 전체를 채웠다. 한강에 배 띄우고 앉아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흥겹게 놀다 보니 취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꿈속처럼 펼쳐진다고 하면서, 그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양편 언덕이 거꾸로 걸려 있고 산봉우리가 아래를 향했다. 사람도 소와 말도 모두 물구나무서서 걸어가며, 새는 배를 위로 젖히고 날아간다. 정자 하나가 있는데 섬돌이 위에, 기와지붕은 아래에 있으며, 현판의 글씨 역시 뒤집혀 있다. 그런데 가벼운 바람이 문득 불어오자 풍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