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쓴 글과 사람이 쓴 글 어떻게 다른지, 저는 압니다
시민기자로 활동한 지 7개월 만에 제 이름 적힌 명함을 받았습니다
24.12.24 16:02l최종 업데이트 24.12.25 12:09l 전영선(jejenanal)
남편이 얼마 전 2025년 한국 소설의 트렌드를 챗지피티에게 물어봤다면서 그 대답을 카톡 메시지로 보내왔다.
챗지피티가 "2025년 한국소설의 트렌드는 다음과 같은 흐름이 예상됩니다."라는 답과 함께 내놓은 대답은 다음 7가지였다.
첫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노벨문학상 효과가 지속되어 철학적, 사회적 메시지가 담은 소설이 늘어나고, 이러한 작품이 대중적인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둘째, 융합 장르와 실험적 서사가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았다.
판타지, SF, 로맨스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 실험(예로는 환경 문제를 SF적으로 다루거나 전통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언급했다)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소설의 플롯을 보조하거나 AI가 참여한 실험적 텍스트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AI의 답변을 읽으며 든 생각
▲챗지피티의 대답
남편이 2025년 한국 소설의 트렌드를 챗지피티에게 물어봤다면서 그 대답을 톡으로 보내왔다.
ⓒ 전영선관련사진보기
셋째, 환경, 젠더, 노동 문제 등 사회적 이슈가 반영된 작품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난민, 다문화 가정, 노년층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넷째, K-콘텐츠의 인기와 함께 웹소설과 IP 기반 소설의 글로벌 확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았다.
특히, 한국적 감수성을 담은 작품들이 해외에서 번역되고 드라마화, 영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며 한국 소설이 영어나 스페인어 등 여러 언어로 동시 출간되며 글로벌 독자층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다섯째, 디지털 콘텐츠의 확산으로 전자책과 오디오북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설의 감동을 청각적으로 전달하는 오디오북의 제작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섯째, 20~30대 작가들의 신선한 목소리가 독자층의 공감을 얻으며 문단에 활기를 더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와 웹소설 플랫폼을 통해 알려진 신예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았다.
일곱째, 독립 출판물과 소규모 문학 커뮤니티에서 개성 있는 작품들이 등장하며 기존 출판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챗지피티는 2025년 한국 소설의 트렌트를 "문학성과 대중성, 전통과 혁신을 결합하여 독자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문학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며 글로벌 플랫폼, 융합 장르, 사회적 메시지의 강화를 통해 한국 소설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똑 부러지는 챗지피티의 대답을 읽으며 생각했다.
앞으로는 분석 기사조차도 자신만의 예시와 문체를 가지지 못한다면,
아마도 AI가 쓴 글로 취급당할 수도 있겠다고.
7개월 전과 후의 변화, 싫지 않은 무게감
<오마이뉴스>에서 내가 시민기자로 활동한 지 7개월이 지났다.
그 7개월 동안 30편의 기사를 쓰고 그중 27편의 기사가 편집부의 채택을 받아 독자를 만났다.
7개월 전으로 되돌아가 생각해 보면, 시민기자로서의 내 첫발은 그리 진지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를 그저 내가 쓴 글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정도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 자세가 조금 달라졌다. 새로운 플랫폼 정도로만 여기기에는 오마이뉴스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무거운 책임감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그 무게감이.
지난달 말,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 명함을 신청했다(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신청할 수 있다). 내가 무거운 책임감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으면서 실행한 첫 번째 일이었다. "논의를 거쳐 발급한다"는 단서가 붙은 명함은 다행히 논의를 통과해 이달 초 내 품에 안겼다.
명함을 받아 들고 감회가 새로웠다. 예전, 기자로 일할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잡지사에서 잠시 연예부 기자로 일한 적이 있다.
그때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전혀 자부심을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당시 나는 연예인을 한 인간으로 만나지도, 그들의 생각과 열정을 들여다볼 마음도 내지 않은 채 그저 홍보성 글을 작성해 내야 하는 기계로만 나 자신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어리석은 나날이었다.
새롭게 내 앞에 놓인 명함은 후회로만 기억되는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하게 했다. 그리고, 후회를 지우고 새로운 전진으로 나아가라는 격려처럼 다가왔다. 묘한 느낌이었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는 저서 <열두 발자국(2018, 어크로스 출판사)>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식 관련 기사나 야구 기사를 인공지능이 더 잘 쓰게 된 오늘날, 로봇 저널리즘은 기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까요?
결코 대답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처럼 일하는 기자들은 사라질 겁니다.
유명인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살펴보다가 가십거리를 기사화하는 기자들, 해외 언론에 실린 기사를 번역해 며칠 후 기사화하는 기자들은 사라질 겁니다.
하지만 기자의 본령을 '취재'라고 생각하는 기자들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중요 어젠다를 세팅하고,
현장에 가서 취재하고,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하고,
그걸 정리해 '기사'라는 형태로 세상에 내놓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고 믿는 기자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기자의 본령은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취재를 하는 것이라고 믿는 기자들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이니까요.
이처럼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지형도가 아니라 업무의 지형도입니다.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 중요합니다." (p. 269~270)
남편이 보낸 챗지피티의 대답을 다시 들여다보며 명함을 꺼내 들었다.
명함이 주는 무게가 한층 더 무겁게 다가왔다.
2025년에는 현장성과 독자성이 살아 있는 기사를 쓰는 데 좀 더 매진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기자는 취재를 하는 것이 본령'이라는 정재승 교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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