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가을 아침입력 : 2024.09.25 20:51 수정 : 2024.09.25. 20:53 고영직 문학평론가 거짓말처럼 온 세상에 가을이 성큼 왔다. 가을이면 양희은의 노래 ‘가을 아침’(1991)을 가만히 들으며 가을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 20대 시절 가을이면 자주 들어서인지 양희은의 원곡이 더 친숙하다. 그리고 가을이면 연례행사처럼 시집들을 들추며 읽는다. 요즘 권선희, 박경희, 박승민, 안현미 시집을 읽었다. 우리나라 시의 ‘진경’이 여기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시인들은 저마다 음색도, 음역도, 언어도 다 다르지만, 시집 행간에는 무용(無用)하고 무력(無力)한 언어야말로 효율성보다는 ‘충분성’을 지향하는 삶이고 사회라는 생태경제학적 믿음이 깔려 있었다. 발전, 성장, 효용 같은 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