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함께 늙어갈 수 있을까입력 : 2024.11.06 20:22 수정 : 2024.11.06. 20:25 손희정 문화평론가 아직도 있을까? 40년 전,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는 학교 정문 앞에 좌판을 깔고 병아리나 메추리 등을 파는 이들이 있었다. 상자 안에 가득 담긴 채 삐약거리는 이 생명체들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웠다. 한 마리에 500원, 당시에 아이스크림 다섯 개 정도의 가격이었다. 나는 가끔 어머니의 꾸중을 불사하고 구매를 감행했다. 한번은 병아리를 사다가 큰 사과상자 안에 작은 상자들을 넣어주고는 “이건 침대, 이건 책상” 하면서 집을 만들어 주었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서 살았으므로, 상자만이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거주지였다. 하지만 잘해준답시고 넣어준 작은 상자에 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