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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생님의 막다른 골목 [똑똑! 한국사회]

닭털주 2024. 11. 12. 09:51

그 선생님의 막다른 골목 [똑똑! 한국사회]

수정 2024-11-11 19:28 등록 2024-11-11 16:26

 

 

빈 교실의 모습. 연합뉴스

 

송아름 | 초등교사·동화작가

 

 

지난 2주 동안 선생님들을 만나면 그 뉴스 보셨어요?”라는 말부터 꺼냈다.

다들 한숨부터 쉬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사망한 뉴스다.

지난해 7월부터 석달 사이에 7명의 교사가 사망한 이후 교사들은 집단적 트라우마라고 할 만한 두려움과 슬픔을 겪고 있다. 또한 선생님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에서,

그 선생님이 막다른 골목이라고 느꼈을 여러 정황을 살펴보며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학급에 특수교육 대상자가 있어도 특수교사들의 상황을 다 알지는 못한다.

다만 가르치는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자인 만큼 소통이 어려우며, 장애 양상과 정도가 달라 한명 한명 개별화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학부모의 요구도 굉장히 다양했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4년차 저경력 교사가 법정 특수학급 정원인 6명을 넘긴 8명을 맡았고,

그중 4명이 중증장애인 학생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29차시 수업을 했다는 건 가혹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보통 초등 고학년 학급 시수가 일주일에 29차시다.

교과 전담 교사가 하는 수업 시수를 빼면 담임교사는 22차시 내외로 수업을 한다.

특수교사들의 수업 시수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29차시를 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해당 학교는 2023년에 특수학급이 2학급이었는데 학생들의 전출로 2024년에 1학급으로 감축된 이후 2명이 전학을 왔지만, 증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학급 편성이 끝난 새 학기 직전에 특수교육 대상자가 전입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수학교에 가지 못해 뒤늦게 가까운 학교에 입학하거나, 학생에게 좀 더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전입하는 경우가 생긴다. 학생 수는 늘었는데 학급은 증설되지 않았고, 29차시 수업을 하며 두 사람이 나눠 하던 특수교육 업무를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암담했을까.

 

교사들은 매년 교직생활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네가지를 공통적으로 꼽는다.

당연하게도 관리자, 동료 교사, 학생, 학부모다.

이 넷 중에 교사가 처음부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친한 동료 교사와 같은 학년에 지원하거나, 좋은 분이 관리자로 있는 학교에 초빙교사로 지원하는 정도가 해볼 수 있는 일이다.

그 중에서 학생 요인은 교사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어려움이 있는 학생을 맡더라도 애정을 갖고 소통하려 애쓰고 가르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교사로서 가장 큰 동력이고, 보상이다. 그런데 특수학급에서는 그런 변화를 보기가 일반학급에서보다 훨씬 더 어렵다. 정원보다 많은 인원을 개별적으로 지도하는 일이 당연히 쉽지 않았을 것이고, 특수교육 대상자 특성상 공격적인 행동이나 교권 침해에 해당하는 일에도 많이 노출되었을 것이다.

칭찬이나 보상을 바라고 교사가 되는 사람은 없겠지만,

열심히 해도 보람을 느낄 수 없고,

아무리 해도 이 일이 끝날 것 같지 않을 때,

같이 일을 나눠 하거나 어려움을 털어놓을 동료가 없을 때,

교육지원청에 지원을 요청해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할 때,

그곳이 막다른 골목이 아니었을까.

 

인천시교육청에서는 최초에 해당 학급에 신규 교사 1명을 발령 냈던 계획을 철회하고, 1개 학급을 증설하여 경력 교사 1명을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밀학급을 해소하고 교육청 조사 시기 외에 학생 인원수에 변동이 있는 경우 필요한 시기에 학급 증설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증 학생이 있는 경우 현재 6명인 특수학급 감축 기준을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모두 세상을 떠난 선생님이 지인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 나와 있던, 애타게 바라던 일들이다.

행정적 지원. 떠난 선생님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이 잔인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개선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죽음을 막아주기를,

더 이상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잃고 자신의 목숨마저 잃는 선생님이 없기를,

담임선생님을 잃은 아이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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