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서울 말고]수정 2024-06-02 19:18등록 2024-06-02 19:13 게티이미지뱅크 이고운 | 부산 엠비시 피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집을 비울 때면 까치발을 들고 부모님의 책장을 구경했다. 한자가 많아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 사진이 많아 읽기 좋은 잡지, 손때 묻은 소설책을 뒤적이다 보면 가끔 부모님이 선물 받은 것 같은 낡은 책들도 만났다. 그런 책의 첫 장엔 꼭 어른스러운 글씨로 새겨진 짧은 문장이 있었다.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천구백팔십몇년 모월 모일. 그런 글씨를 볼 때면 내가 모르는 시절의 부모님에게 누군가 건넸을 어떤 단정한 마음에 대해 상상했다. 쑥스럽지만 손글씨가 새겨진 책이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선물 같다고 믿던 시절도 있었다. 그 무렵 누구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