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전청조 말투' 고민 없는 소비…게을러진 한국 예능 ‘I am 절망한다’

닭털주 2023. 11. 5. 08:45

위근우의 리플레이

'전청조 말투' 고민 없는 소비게을러진 한국 예능 ‘I am 절망한다

위근우 칼럼니스트

 

입력 : 2023.11.03 16:07 수정 : 2023.11.03 23:12

 

 

‘yuji’같은 비판적 폭로와 풍자는 없고 말장난으로 남발되는 ‘I am’

 

 

다들 작작 좀 하면 좋겠다.

사기꾼 전청조의 말투를 흉내낸 (meme)’ 활용에 대한 얘기다.

최근 펜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남현희와의 사기 결혼으로 유명해진 전청조는 또 다른 사기 행각을 위해 어설픈 한영 혼용 말투를 사용한 게 알려지며 한 번 더 화제가 됐다.

 

재벌가의 숨겨진 3, 의과대학 졸업, 뉴욕 유학파 컨설턴트 등

다양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모든 프로필을 뒤섞어 자신을 소개하던 그는.

사기 대상에게 “OK.. 그럼 Next time에 놀러갈게요.

Wife한테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ok 했어서 물어봤어요.

But your friend랑 같이 있으면 I am 신뢰예요라는 문자를 보내

자신이 한국어에 서툴고 영어를 일상적으로 쓰는 유학파임을 어필했다.

 

근본 없는 한영 혼용 방식에 개중 쉬운 단어만 영단어를 사용한 것도 우습거니와,

유명인에게 접근해 스케일 큰 거짓말을 늘어놓던 사기꾼이

머리를 쓴 게 겨우 이 수준이라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워낙 단어 조합이 인상적이었던지라.

많은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어처럼 활용했다.

딱 그쯤에서 그쳤어도 괜찮을 뻔했다.

 

대중에게 화제성을 얻자 기업 마케팅에도 활용됐다.

카카오페이에선 정보성 콘텐츠인 페이로운 생활에서 OTT 싸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며

‘I am 알뜰해요라는 부제를 붙였고,

전자상거래업체 위메프에선 휴지 특가 판매 마케팅에 ‘I am 특가예요라는 카피를 사용했다.

I am 뒤에 원하는 단어만 붙이면 되니 만능이라면 만능이고 만들기는 더없이 쉽다.

바로 그 이유로

해당 밈의 사용이 스스로의 게으름과 안일함을 증명한다는 건 딱히 고려되지 않았다.

머리를 안 써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사고를 멈추고 사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전청조가 변명의 여지없는 사기꾼이고 피해자들이 존재하며,

어설픈 말투가 우스울지언정 사기 행각을 위한 거짓 연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우스갯거리로 소비하긴 찜찜하다.

하지만 모두들 이 유행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에 빠르게 한 탕 하고 뜨길 바란 듯하다.

 

지난 1029일 방송된 KBS2 <12>에선 연정훈에게 힌트를 보채는 문세윤에게

‘I am not 신뢰예요라는 자막을,

SBS <런닝맨>에선 가수조와 비가수조를 나누는 과정에서

지석진이 자신은 가수라 하자 ‘I am 가수예요란 자막을 달았다.

다음날 방송된 JTBC <최강야구>에선

최강 몬스터즈의 김문호 타석에 문어 is going. I am 신뢰예요란 자막이 붙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그 모든 문구들이 ‘I am not 지성이에요란 자백으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