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쁜 오줌보 [말글살이] 수정 2025-07-03 18:39등록 2025-07-03 17:29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한심한 고백 하나. 스무살 때 운 좋게 대학을 다니게 되었다. 시절이 공부보다 술을 부르는 때라, 선배들과 매일 ‘금산호프’에서 김빠진 맥주를 마셨더랬다.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지만, 첫출발이 썩 나쁘지 않았다. 선배들이 귀여워했으니까. 그들의 환심을 사게 된 건 우습게도, 나의 ‘예쁜 오줌보’ 때문이었다. 맥주를 마신 선배들이 번갈아 가며 서너번씩 화장실에 갔다 올 동안 한번도 가지 않고 얌전한 몸매와 우아한 자태로 선배들의 ‘야부리’를 묵묵히 들어주었으니까 얼마나 귀엽고 믿음직스러웠겠나. 대왕고래의 방광을 갖고 있을 리 없으니, 나도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