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은 비용이 아닌 관계의 문제다 최준영 책고집 대표 인문학 강의 때 이따금 수강생에게 질문하곤 했다. 1년 중 노숙인이 TV뉴스에 등장하는 때가 언제인지 아느냐고. 연말 혹은 크리스마스라는 대답이 주를 이루지만 답은 따로 있다. 첫 한파가 몰려올 때다. 앵커 흉내 좀 내보자. “시청자 여러분, 내일 긴급한파가 몰려온다고 합니다. 귀가를 서두르시고 내일 아침 출근길엔 두툼한 외투를 입으시기 바랍니다. 한편, 거리의 노숙인들은 긴급한파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요. 부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계당국은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바로 이때, 황량한 거리에 널브러졌거나 잔뜩 몸을 움츠린 노숙인의 뒷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몇 년 전부터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강한 한파가 몰려와도 노숙인은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