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의 현실감각, 서생의 문제의식 박권일 몇 해 전 어느 소설가가 신문 칼럼에 이렇게 썼다. “나는 한국에 서생이 너무 많아 문제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머리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들이 ‘옳으냐 그르냐’의 싸움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때 특히 그렇다.” “주자학을 신봉했던 나라답”게, “서생의 문제의식은 자주 들을 수 있지만 상인의 현실감각은 그렇지 않다.” 일단 조선과 대한민국을 비슷한 사회로 보는 관점에 뜨악하게 된다. 게다가 ‘서생이 너무 많다’는 의미가 ‘옳고 그름을 따져 묻는 데 집착한다’는 것이라면, 더욱 동의하기 어렵다. 만일 한국이 원리원칙과 시시비비를 따지는 데 깐깐한 사회였다면, 세월호 참사는 애당초 일어날 수 없었다. 삼풍백화점은 그렇게 주저앉지 않았을 것이고 성수대교는 지금도 건재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