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과 싸우는 인류 [강석기의 과학풍경]
수정 2024-10-29 18:42 등록 2024-10-29 16:19
우리 눈은 밝기에 놀라운 적응을 보이므로 낮에 실내가 어두워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따라서 낮에는 창을 가리지 않고 흐린 날에는 조명을 켜두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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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생로병사는 숙명이라지만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노화를 늦추거나 큰 병을 피할 수도 있다. 그런데 주변 여건은 우리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혀와 눈을 자극하는 음식과 정보가 넘쳐나 만병의 근원인 비만과 운동 부족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과연 인류는 자초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두가지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먼저 생활 습관이 얼마나 건강에 영향을 주는가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사람들이 깨닫고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치료제를 개발해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생활 습관을 바꾸려는 의지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걸 생각하면 전자가 이상적인 최선책이고 후자가 현실적인 차선책인 셈이다.
지난주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는 두 접근법의 논문이 한편씩 실렸다.
먼저 낮에 어둡고 밤에 밝게 지내는 사람이 사망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로,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오스트레일리아 플린더스대가 주축이 된 다국적 공동연구자들은 영국 바이오뱅크 참여자 8만8000여명(평균 나이 62살)을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손목에 빛 센서를 부착하고 생활하게 해 데이터를 모았다.
그 뒤 8년이 지나는 동안 사망한 375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낮에는 빛이 강할수록 사망 위험성이 낮아지고 밤에는 빛이 강할수록 사망 위험성이 높아지는 패턴을 발견했다. 즉 참여자를 노출되는 빛의 양으로 나눴을 때 낮에는 상위 10%가 하위 50%에 비해 사망 위험성이 17~34% 낮았고 밤에는 상위 10%가 하위 50%에 비해 21~34% 높았다.
따라서 낮에는 밖에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실내에서도 조명을 최대한 밝게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밤에는 일찍 불을 끄는 게 바람직하지만 어렵다면 조명을 은은하게 조절해야 한다. 특히 밤의 한가운데인 새벽 2시 반에서 3시 사이에 밝게 지낼 경우 사망 위험이 56~67%나 더 높았다. 해가 뜨고 지는 자연 현상의 밝기 패턴에서 멀어질수록 생체리듬이 교란돼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이다.
한편 같은 호에 실린 미국 예일대와 플로리다대 공동 연구팀의 결과는 최근 국내에도 승인돼 화제가 된 위고비를 비롯한 차세대 비만 치료제가 널리 쓰이면 매년 미국에서 4만2000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으며 너무 비싼 약값을 빨리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는 논문이 실렸다. 지금은 보험 적용을 받기도 까다로워 연간 8000여명의 목숨을 구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위고비는 우리나라에서도 한달 치료비가 80만원으로 책정돼 1년이면 1000만원에 이른다.
연구자들은 “차세대 비만치료제 생산 원가가 판매 가격에 훨씬 못 미친다”며 제약사를 압박하는 동시에 “치료제를 널리 처방해 비만이 줄면 다른 질환도 줄어 장기적으로는 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며 보건당국의 적극 개입을 촉구했다. 과학자들이 혁신적인 비만 치료제 개발에 이어 대중화를 돕는 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처럼 생활 습관이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 늘어나겠지만, 여전히 많은 영역에서 나쁜 습관을 고치려는 개인의 의지와 실천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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