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종이에 맘껏 얼룩을 남기려는 자 [.txt]홍승은의 ‘소란한 문장들’수정 2025-01-11 09:09 등록 2025-01-11 07:00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l 이반지하, 창비(2024) 내 방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오랜 시간 거실에서 생활했다. 식구들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 내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누구도 시키지 않은 모종의 책임감이 습관처럼 배었다. 지붕 아래 모두를 챙겨야 한다는 강박. 꼭 거실 찬 바닥에서 이불을 깔고 자던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과 닮았다. 할머니 집에는 큰 마루와 작은 방이 세 개 있었는데, 할머니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교차로 같은 방에서 이불을 깔고 생활했다. 잠귀가 밝은 할머니는 바깥의 인기척을 느끼면 바로 몸을 일으켜 밥은 먹었느냐 물었다. 자신만의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