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다

쓸어버리고 다시 하기

닭털주 2024. 11. 13. 20:06

쓸어버리고 다시 하기

입력 : 2024.11.10 20:42 수정 : 2024.11.10. 20:56 이설야 시인

 

 

모르겠어 이 밤은 모르겠다

 

있어야 했을 그 밤을

이 밤이 차지하고 있다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

그러자 드러나고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그러자 나는 서두르고 있다

그 밤에 사로잡혀

이 밤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러자 나는 빗자루를 들고 있다

 

바닥을 쓸고 있다

쓸어버리고 다시 하기

 

쓸고 있다 쓸어버리고

다시 하기

 

신해욱(1974~)

 

 

 

우리는 무언가를 뒤집어쓴 채로, 잘못 들어선 길을 가고 있다.

있어야 했을 그 밤이 밤이 차지하고있다.

그러자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이 자주 뒤집힌다.

정면이 보이질 않는다. 창문들도 모두 흐릿하다.

다시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그 밤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은 이 밤”.

초과한 것들, 부유하는 것들, 대치하는 것들로 늘 흔들린다.

시인은 혼돈의 순간, 주문처럼 외운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매일매일 짓고 부수는 병든 마음의 벽들을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이 밤, 들린다. 누군가 비질하는 소리. 고요히 마음을 쓸고 지나가는 소리.

쓸어버리고 다시시작하는, 잠자는 존재들을 깨우는 비질 소리.

시인은 쉬이 놓지 못하는 그 밤에 사로잡힌 이 밤을 지우고 다시 쓴다.

생의 가장자리와 모서리에서도 빛나는 것들.

망가져도 끝내 다 망가지지 않는 것들을 생각한다.

봉인된 마음, 해제된 마음을 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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