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안철수의 투항’과 복합쇼핑몰

닭털주 2022. 3. 9. 13:25

안철수의 투항과 복합쇼핑몰

 

정대하 | 호남제주데스크

 

 

안철수의 투항이전 광주의 대통령선거 분위기는 밋밋했다. 김대중·노무현 후보가 출마했던 과거 대선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광주 유권자들은 김대중 후보에게 97.3%로 몰표를 줬다. 정권교체 열망 때문이었다. 2002년 민주당 경선 때 광주는 노풍의 진원지였다. 노무현 후보의 광주 득표율은 95.2%였다. 5년 전 촛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광주에서 61.1%를 얻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30.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강세 지역인 광주 대선판은 왠지 뜨뜻미지근했다. 네거티브 선거전을 한발 떨어져서 지켜보는 관전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변심한 이후 광주 표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그 자체보다

다당제 등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안 대표의 행태에 분노했다. 특히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 때 단일화 협상 중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안 유권자들은 우리 코앞에서 거짓말한 꼴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20164월 총선 때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줘 3당 체제를 가능하게 했던 호남 유권자들은 우리가 손가락을 잘라야 할 모양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사전투표를 호소하는 글들을 주고받았다. 안 대표의 결정은 광주 민심을 요동치게 한 마중물이 됐다.

 

안철수의 철수와 함께 광주에서 논란이 됐던 또 다른 대선 이슈는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광주의 한 전통시장 앞에서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를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없는 것을 민주당 정치독점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과거 광주에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한 정치인은 민주당 출신 시장이었고, 사업이 무산된 것은 주변 상인들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사업주가 사업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복합쇼핑몰 공약은 20·30대 시민들에게 제법 큰 호응을 얻었다. 세대별 갈라치기전략이 어느 정도 통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그 여세를 몰아 광주의 윤석열 후보 지지율 목표치를 30%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명박 후보(8.6%)나 박근혜 후보(7.8%)가 광주에서 얻은 지지율을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결과적으로 복합쇼핑몰 공약은 다른 지역공약을 모두 삼켜버렸다. 광주 발전을 위한 비전은 실종되고 소비욕망을 자극하는 복합쇼핑몰 공약만 회자됐다. 일부는 노잼 도시를 벗어나려면 복합쇼핑몰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도심 곳곳에 걸린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담은 국민의힘 펼침막을 보면서 씁쓸했다.

지역에서 절실한 것은 복합쇼핑몰이 아니라 청년 일자리다. 지역대학에 신입생 모집 미달 사태가 나고, 지역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탈출하고 있다. 지역이 졸아드는 사정은 광주와 대구, 부산이 다르지 않다. 만약 국민의힘이 통 큰 지역균형발전 공약을 발표한 뒤, 지역공약 중 하나로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공약을 제안했다면 공감의 폭이 커졌을 것 같다.

흔히 대선이 끝나면 중앙정치에서 지방은 사라진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다음 정권에선 수도권 일극 집중을 시정하고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과감하게 펴주길 요청한다. 지방 도시들이 서울이나 수도권 도시들을 똑같이 닮으려 하지 않고 독특한 정체성을 살려 색감 있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면 좋겠다.

또 하나의 바람은 정치교체의 희망을 키워가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다당제 정착 등 정치개혁 공약을 대선 승패에 상관없이 국회에서 밀고 나가길 바란다. 과거 위성정당 창당 논란처럼 또다시 얄팍하게 대의를 뒤집는다면 매서운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오늘 투표일, 광주에선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