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단단한 껍질이 있니?
입력 : 2023.06.23 03:00 수정 : 2023.06.23. 03:03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튀김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설명하다 질문을 하나 받았습니다.
돈가스와 같은 튀김 요리뿐 아니라 강냉이나 튀밥도 튀긴다는 표현을 쓰는데, 같은 의미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튀기다’는 기름을 이용한 튀김 조리법 외에도 곡식 알갱이에 열을 가해 부풀어오르게 하는 조리법을 일컫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두 조리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온에서 수분 증발을 유도하여 식재료의 부피가 급격히 커진다는 점이죠. 다만 기름을 사용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습니다.
액체 상태의 물이 기체가 되면 대략 1700배 정도 부피 팽창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러한 팽창의 효과를 요리에 담아내려면 초기에는 수분의 증발을 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분의 배출과 증발이 동시적으로 서서히 일어나면 요리의 부피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식재료 내부에서 순간적으로 수분 증발을 통한 부피 팽창이 일어나고 그 이후 즉시 배출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러면 튀김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튀김옷이 만들어지고, 튀밥의 경우 또한 마치 스펀지처럼 수많은 구멍들이 생겨납니다.
쫀득한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튀김옷은 수분이 완전히 기체화될 때까지 이를 내부에 잡아두는 역할을 합니다. 그 대신 튀밥의 경우는 가열하는 밀폐 용기를 사용하는데, 내부 압력으로 알갱이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원리입니다. 그러다가 밸브를 열어 뜨거운 공기를 배출하면 순간적으로 압력이 낮아지면서 수분의 부피 팽창이 갑작스럽게 일어나죠.
그러면 뻥하는 소리와 함께 증기가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수많은 구멍들이 생겨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알갱이들은 부풀어오릅니다.
그렇다면 팝콘도 같은 원리일까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수분의 급격한 팽창으로 부풀어오르는 원리는 같지만, 팝콘의 경우는 튀밥처럼 처음에는 수분의 증발을 억제하다 갑자기 압력을 낮춰 순간적인 부피 팽창을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팝콘의 재료로 쓰이는 폭립종 옥수수는, 속살은 수분이 많아 부드럽지만 껍질은 매우 단단한 특징이 있습니다. 이 옥수수 알갱이들을 가열하면 내부의 수분은 증발하면서 팽창하려 하지만, 외부의 단단한 껍질이 이를 억제합니다. 물론 아무리 단단한 껍질이라도 결국엔 강한 팽창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괴됩니다. 그 순간 알갱이들이 폭발하듯 부풀어오르며 팝콘이 완성되는 것이죠. 한편 우리가 즐겨 먹는 찰옥수수는 껍질이 그리 단단하지는 않아 팝콘 재료로는 부적절합니다.
쌀이나 보리 알갱이처럼 단단한 껍질이 없는 경우는 외부 압력을 조절하면서 폭발을 일으키지만, 팝콘은 옥수수 알갱이의 단단한 껍질이 지닌 저항력을 이용하는 것이죠. 그래서 튀밥의 경우처럼 밀폐 용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이렇듯 서로 달리 보이는 것들도 그 핵심원리는 동일한 경우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튀김과 튀밥 모두 ‘튀기다’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요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학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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