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송의 아니 근데
‘비보’ 김숙의 ‘노담’ 캐릭터와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 속 수지의 흡연 연기
이진송 계간홀로 발행인
남자는 담배. 여자가 담배? 여전한, 물음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하 ‘비보’)은 2015년 시작하여 지금까지 인기리에 방송 중인 팟캐스트이다. 청취자들로부터 다양한 고민 사연을 받아서 송은이나 김숙이 해결해주거나, 인맥을 활용해 전문가와 연결해주는 콘셉트는 ‘사고무고’(사소한 고민부터 무거운 고민까지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는 비밀보장 상담소)라는 홍보 문구에서부터 드러난다.
비보에는 몇가지 웃음 포인트와 확고한 캐릭터의 매력이 있다.
그중 하나가 김숙의 ‘노담’ 캐릭터다.
금연 혹은 아예 담배를 시작하지 않는 ‘No 담배’라는 의미를 담은 ‘노담’은 금연 캠페인이 적극적으로 만들어서 퍼뜨린 조어이다.
김숙이 과거에 담배를 피웠으며 지금은 끊었다는 사실은 우연히 누설(?)되었는데,
김숙과 지인들이 이것을 웃음으로 승화했다.
김숙은 “내가 담배로 제일 잘나갔다,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담배 연기로 못 만드는 모양이 없었다”며 희극적으로 무용담을 늘어놓고,
김숙과 동료 연예인의 친분은 “김숙이 담배 연기로 만든 도넛 사이를 통과하는 장난”으로 묘사되었다.
김숙과 옛 담배 친구인 ‘담배녀’는 초기 비보의 정체성과 색깔을 확실히 했던 캐릭터로, 사연을 받는 방 이름이 아예 ‘담배녀’이다.
송은이와 김숙은 꾸준히 “숙이는 노담!”이라고 외치며 금연 광고를 노렸는데, 얼마 전 마침내 비보와 보건복지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2023년 10월 비보의 434회(“★경축★ 비보×노담 콜라보! 담배녀와 함께하는 전담 고민 상담소”)와 435회(“전담 고민 상담소 2탄! 담배녀가 공항에서 빤스런한 사연은?”)는 ‘보건복지부와 함께하는 전담 상담소’를 진행했다.
전담은 전자담배를 의미하는 줄임말로,
전자담배 유해성을 알리고 금연을 권장하는 것이 방송 취지였다.
연초부터 전자담배까지 모든 것을 경험해본 담배녀가 특별출연자로 나왔다.
김숙과 담배녀는 각각 금연에 성공한 사람,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한 사람의 역할을 맡아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따끔하게 조언하며 금연을 권장한다.
금연 센터 직원과 전화 연결을 해서 금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 공유까지, 알찬 구성이었다.
김숙은 “이건 진짜 비보만 할 수 있는 거다”라고 웃는다.
두 가지 맥락에서 그렇다.
첫 번째, 비보가 방송심의규정에서 자유로운 팟캐스트라는 장르적 특수성이 있다.
두 번째, ‘노담’을 캐릭터로 갖고 놀 수 있는 여성 연예인은 김숙이 거의 유일하다는 것.
김숙의 노담 캐릭터가 웃긴 이유는 그가 여성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노담을 밝힌 남성 연예인은 많다.
비보 400회 특집에 출연했던 유재석도 “지금은 노담이지만” 하고 운을 떼며, 과거 김숙과 담배를 자주 피우던 친구였다고 밝혔다.
남성 연예인의 흡연 여부나 변화는 그저 그의 특징이나 변화 중 하나로 취급된다.
반면 여성과 담배의 연결고리는 놀랍게도 2023년인 지금까지도 의외성과 희소성이 있어서 김숙의 노담을 더 웃기게 만든다.
여기에는 문화적 각본과 젠더 문제가 개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