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전 논쟁을 지켜보며 [.txt]
책거리
양선아기자
수정 2025-05-03 10:40 등록 2025-05-03 07:00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의 모습. 양선아 기자
서울국제도서전을 둘러싸고 최근 일주일 동안 출판계가 요동쳤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도서전 운영을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한 것을 두고 ‘사유화’라고 비판하는 성명이 나왔고, 출협은 “도서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였지, 사유화가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한겨레’는 양쪽의 주장을 충분히 들어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출판인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말과 언어를 다루고, 세상의 수많은 목소리를 정성스럽게 길어 올려 책이라는 형태로 빚어냅니다. 말의 숲에서 길을 내는 이들이기에, 출판계의 논쟁은 다를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논쟁을 지켜보고 있자니, 마음은 괴롭고 몸은 힘들고 가끔은 너무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서로를 ‘적’처럼 대하며 날 선 언어를 주고받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근거가 없는 의심과 각종 ‘설’이 오갔습니다.
분명한 건, 양쪽 모두 도서전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도서전이 작가, 서점인, 독자, 출판인, 평론가 등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도서전의 ‘공공성’ 역시 지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하고요.
‘사유화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엇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성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그렇다면 논의의 중심을 ‘공공성’에 두면 생각의 차이를 좁힐 수 있지 않을까요?
갈등의 언어가 아니라, 조정과 이해의 언어가 필요한 때입니다.
다름을 존중하며 더 나은 길을 함께 찾아가는 말과 글, 책을 만드는 출판인이기에 가능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양선아 텍스트팀장 anmadang@hani.co.kr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재는 실천을 통해 증대된다 [.txt] (0) | 2025.05.17 |
---|---|
소설 쓰기는 솔직히 괴롭기도 하지만 그만큼 정말 짜릿하고 재밌어요 (3) | 2025.05.16 |
함윤이의 ‘지금, 이 문장’ (0) | 2025.04.27 |
정은정, ‘저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0) | 2025.04.20 |
노란 차를 모는 시인, 하루 두번 출근합니다 (1) | 2025.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