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검사와 교육, 죄수의 딜레마

닭털주 2022. 6. 21. 13:28

검사와 교육, 죄수의 딜레마

 

이주희 |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겠다고 한다.

검사 출신 대통령은

교육부도 경제부처처럼 과학기술인재를 공급할 때만 존재가치가 있다고 한다.

사실관계부터 확인하자면,

19살 미만 소년사범 형사사건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0살부터 14살까지 통계는 따로 찾기 쉽지 않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다 좋다. 흉악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치자.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면 범죄율이 낮아질까?

감옥에 수감된 엄청난 수의 범죄자까지 고려하면

유럽보다 장기실업률이 더 높은 미국의 경우,

처벌수준을 강화할수록 오히려 범죄율이 높아졌다.

목격자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보복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너무 범죄자가 넘쳐나

지자체가 사기업에 교도소 시설을 짓고 관리하도록 하청을 주기도 한다.

2011년 펜실베이니아주 한 판사는 바로 이런 청소년 수감시설 개발회사로부터 100만달러 뇌물을 받고 소년범들에게 훨씬 더 가혹한 처벌을 내린 혐의로 체포돼 28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범죄자가 많을수록 이윤이 많이 남으니 교도소가 민영화되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비행 청소년에게 욕설을 퍼붓고 위협을 가하는 수감자를 만나게 하는 교화 프로그램(Scared Straight)의 효과는 어떨 것 같은가?

다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교도소를 경험한 실험집단 비행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통제집단보다 재범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어떤 연구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

미국에는 계급과 인종에 따라 양형이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수많은 연구가 존재한다.

유사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값비싼 로펌 변호사를 살 수 있는 부유층 아동과 그렇지 못한 빈곤한 아동이 같은 비율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리라 상정하기 어렵다.

학대받고 방치된 상태에서 비행을 저지르게 돼 교육의 기회가 더 절실할 수 있지만,

더 어린 나이부터 학교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죄수의 딜레마는 두명의 용의자가 따로 심문을 받을 때 발생한다.

상대가 자백하지 않고 자신만 자백하면 상대는 10년 형을 받고 자신은 그대로 풀려난다.

반대의 경우라면 자신이 10년을 살아야 한다.

모두 자백하면 각각 5년 형을,

모두 자백하지 않으면 각각 2년 형을 받는다.

상대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없다면

집합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모두 자백하지 않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교육이라는 전쟁터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이지만 사회 전체로는 엄청난 자원 낭비와 희생, 불공정과 불평등이 발생한다.

다수가 사교육을 자제하고 공교육이 정상화된다면,

그저 조금 더 빨리 배워 세워진 줄의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모의 노후자금과 자녀의 행복을 소모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나친 학력경쟁을 유발해온 임금격차가 완화된 평등한 사회라면

범죄도 줄어들고 소외된 아이들을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범죄자와 아닌 자, 반도체 인재와 아닌 자로 나누는 것은

컴퓨터의 이진법적 사고와 흡사하다.

범죄가 늘면 처벌도 비례하여 강화하고,

가장 힘센 기업이 필요하다는 인재만 길러주며,

죄수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과업과 제도를 고민하지 않는 것도 정치라면, 정치가보다 인공지능(AI)이 더 잘할 것도 같다.

 

왜 미국의 비행 청소년 교화 프로그램이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인간을 경제적인 동물이라 여기지만,

인류 역사를 통틀어 훨씬 더 오랜 기간 인간을 지배해온 것은 호혜성 원칙이었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지극히 비합리적인 행동일지라도,

인간은 복수를 위해 자신을 파괴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국가가 이처럼 자신을 함부로 대할 때,

더욱더 아무렇게나 사는 것으로 복수하는 것 외에

과연 그들 청소년에게 다른 대안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