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예술영화를 위하여

닭털주 2024. 2. 18. 10:55

예술영화를 위하여

 

주상태

 

 

삶이 한쪽으로 쏠릴 때 영화를 본다

 

삶이 아닌 것처럼

내가 아닌 것처럼

나도 그들처럼

절망 속에서 나를 건져내고 혹은 뿌리치면서

영화는 끝이 나고

삶은 시작된다

시작은 키스

98% 부족해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실수 때문이었다

가보지도 못한 길을

가슴 졸이다가 걸어가는 마음으로

키스가 시작되고

삶은 벼랑 끝에 피어난 작은 꽃처럼

버림받기 싫어 엄마 손 놓지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두려움에 떨다가

겁먹은 사랑은 달아나다가

그녀가 보이고

삶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거센 비는 쏟아지고

따뜻한 방안에 작은 등불을 켠다

영화로 삶을 그리워하고

삶은 영화처럼 아름답진 않지만

여름날 소나기처럼 나를 찾아온다면

사랑을 위하여 영화를 볼 것이다

 

사랑도 영화처럼

삶도 영화처럼

 

2012.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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