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아프다는 것에 대하여

닭털주 2024. 2. 16. 16:23

아프다는 것에 대하여

 

주상태

 

 

손가락 관절이 아리다

손가락 꺾기를 거듭하면서 뼈와 살의 경계를 생각한다

뼈만 남아있는 앙상한 모습과

살의 효용을 고민하다보면 내 몸은 해체된다

산산조각으로 부여잡고

잠에서 깨어난다

내가 아프면 몸이 아픈 것이고

내가 아파하면 마음도 아플 것이다

피가 흐르지 않는 세상에서는

살을 에는 아픔도 느낄 수가 없지만

머리를 흔들다 잠을 설친다

맑은 하늘을 꿈꾸며

기어코 눈을 뜬다

삶이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이 아니라

죽음이 나를 불러낸 것이다

희망의 바람이 분다고

저주의 비가 내린다고

함박눈이 쏟아진다고

먹구름이 몰려온다고

관절이 먼저 알아 차리지만

일어설 기운은 없다

바람이 불지만 달려야 할 때가 있다고

비가 올 것 같지만 달려야 할 때가 있다고

우기고 우기면서

나에게 말한다

 

깨어나라고!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살려고 할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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