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순대국밥을 먹으며

닭털주 2024. 2. 13. 09:53

순대국밥을 먹으며

 

주상태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올라온 서울

순대국밥은

우리 삶의 체중계였다

한 그릇 말끔히 비웠던

밥이랑 머리고기는

누구의 양식이었고

구석자리는 우리의 차지였다

얼굴 붉히며 조여드는 수치심보다

매일 아침밥을 걱정했기에

순대

그리고 밥은

우리에게 따로 다가왔다

10년이 지난 겨울에

IMF도 지나고

미국발 금융위기도 지났지만

여전히 추운 도시는

한 그릇으로도 겨우 버티고

한 그릇으로 한 사람이 버틴다

눈물보다 한숨이 그립고

아픔보다 사랑이 다가오지만

순대국밥은

가끔 먹는다

이제 순대국밥은

내 몸의 체중계가 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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