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술 한 잔 건네다

닭털주 2024. 2. 14. 09:18

술 한 잔 건네다

 

주상태

 

 

목숨 걸고 마시는 것은 아니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새로운 친구 맞이하는 것처럼

사람이 술을 부른다

낙엽이 나무의 생존본능이듯이

사람도 감성본능으로

세월의 흔적을 찾아간다

가을비 맞은 잎새들이 눈부시게 빛나는 시간

가슴 아리게 다가서는 날

귀가 길 외등이 나를 감싸고

모든 것을 가리고 마는

어둠만이 나의 세상인 듯

호탕한 웃음으로

거친 숨소리로

마음껏 삶의 잔해들을 뱉어낸다

 

누가 그랬던가

술 한 잔 건네는 사이는 인간 사이라고

차 한 잔 건네는 사이는 친구 사이라고

 

술을 건네는 시간

삶을 건넌다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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