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수업에 대한 짧은 명상

닭털주 2024. 2. 12. 09:14

수업에 대한 짧은 명상

 

주상태

 

 

참 이상한 일이다

수업이 보인 어느 날

아이들이 날개를 달고 교실 속으로 들어온다

내 가슴속에서 비행기를 탄다

정말 이상한 날이다

수업은 언제나 고백 같은 것이었는데

수업은 수 없는 날들의 고독 같았는데

문득 말을 걸어온

햇살 좋은 날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그냥

햇살 뜨거운 날

현관 앞에서 개미를 잡다가 시를 만나고

개미와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듯

아무것도 들려주지 않지만

아이들은 행복해한다

교실에서 삼겹살을 먹기도 하고

별모양 세모 네모모양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함께 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비빔밥을 함께 만들어 먹고

비빔밥의 영양가를 논하지 않아도

국어시간이라고 하고

가정시간은 아니라고 말한다

비 내리는 날

운동장에서 첨벙첨벙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고

눈사람을 만나는 날

우리들이 눈사람이 되고

우산이 되는 날에

가갸거겨고교구규하지 않아도

나랏말씀은 뿌리를 내린다

 

어느 날 수업이 다가온 것처럼

삶도 다가올 것을 믿으면서

 

2012.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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