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대한 짧은 명상
주상태
참 이상한 일이다
수업이 보인 어느 날
아이들이 날개를 달고 교실 속으로 들어온다
내 가슴속에서 비행기를 탄다
정말 이상한 날이다
수업은 언제나 고백 같은 것이었는데
수업은 수 없는 날들의 고독 같았는데
문득 말을 걸어온
햇살 좋은 날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그냥
햇살 뜨거운 날
현관 앞에서 개미를 잡다가 시를 만나고
개미와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듯
아무것도 들려주지 않지만
아이들은 행복해한다
교실에서 삼겹살을 먹기도 하고
별모양 세모 네모모양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함께 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비빔밥을 함께 만들어 먹고
비빔밥의 영양가를 논하지 않아도
국어시간이라고 하고
가정시간은 아니라고 말한다
비 내리는 날
운동장에서 첨벙첨벙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고
눈사람을 만나는 날
우리들이 눈사람이 되고
우산이 되는 날에
‘가갸거겨고교구규’하지 않아도
나랏말씀은 뿌리를 내린다
어느 날 수업이 다가온 것처럼
삶도 다가올 것을 믿으면서
2012.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