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닭털주 2024. 2. 9. 09:34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주상태

 

 

내 나이 꺾어지는 즈음에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대는 삶을 속이지 말기를

그대는 삶에 속아 넘어가지 말기를

삶이 그대를 죽일지라도

그대는 삶을 죽이지 말기를

그대는 삶 때문에 죽음을 택하지 말기를

가끔 날아가는 새에게 소리치기도 한다

내 나이 결혼할 즈음에

자주 하는 일이 있었다

손을 잡고 가는 연인들을 보면서

내 삶을 속이면서

혼자 집으로 달려가 라면을 먹은 적이 있다

라면은 몇 그릇째 비워도

머릿속은 비워지지 않은 날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앞으로만 달리는 나이에도

내 삶은 뒤를 바라보았고

뒤로 돌아가는 나이에는

앞만 보고 달리는 시간이 되었다

 

삶은 그대를 속일지라도

나는 삶을 속이지 않을 생각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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