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알아보다
주상태
빨래를 10년 이상 해본 사람은 안다
빨래가 통속에 들어가는 것은 무작위지만
빨래줄에 매달리는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와 나의 선택에 따른다는 것을
무더운 여름날
수건은 어느새 걸레가 되다가도
어깨 위를 맴돌고
나의 어깨는
맞바람의 기세에 꺾이고 만다
힘 빠진 어깨너머
나의 청춘은
촘촘히 매달린 양말 속으로 숨어들어
다소곳한 모습으로 웃는다
나는 가끔 손빨래를 한다
내 인생을
돌아가는 드럼 속에서
잠시라도 붙잡아두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