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토해내다
주상태
차라리 연체된 책처럼
내 삶이 100일쯤 연체되었으면 좋겠다
이른 아침 눈을 뜨지만
자리 보전하며 이불을 박차지 못하는 날에도
“힘 내요.”
“축 처진 모습 보기 안좋아.“
진심으로 느껴지는 말 한마디에
참기름에 말라비틀어진 밥을 비벼
이미 굳어버린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지금의 내 삶처럼
모든 것이 10년쯤 토해낼 것도 알지만
삶이란 그렇게 되새김질 하는 것도 안다
꾸역꾸역 삼킨 것은 토해내고
비우고
또 비우고
바닥이 보일 때까지 비우고 나면
내 마음에도 평화가 온다는 것을
너무 늦은 나이라고 하기엔
철없어 보이지만
삶이란 결국 토하는 것
지금까지 가졌던 것
누렸던 것
눈물 나던 것
하나로 모아 토하는 것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는 것
그 자리에 피는 한 송이 꽃만이 알 수 있는 것
내 꽃은 장미
내 꽃은 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