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삶을 토해내다

닭털주 2024. 2. 8. 10:05

삶을 토해내다

 

주상태

 

 

차라리 연체된 책처럼

내 삶이 100일쯤 연체되었으면 좋겠다

이른 아침 눈을 뜨지만

자리 보전하며 이불을 박차지 못하는 날에도

 

힘 내요.”

축 처진 모습 보기 안좋아.“

 

진심으로 느껴지는 말 한마디에

참기름에 말라비틀어진 밥을 비벼

이미 굳어버린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지금의 내 삶처럼

모든 것이 10년쯤 토해낼 것도 알지만

삶이란 그렇게 되새김질 하는 것도 안다

꾸역꾸역 삼킨 것은 토해내고

비우고

또 비우고

바닥이 보일 때까지 비우고 나면

내 마음에도 평화가 온다는 것을

 

너무 늦은 나이라고 하기엔

철없어 보이지만

 

삶이란 결국 토하는 것

지금까지 가졌던 것

누렸던 것

눈물 나던 것

하나로 모아 토하는 것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는 것

그 자리에 피는 한 송이 꽃만이 알 수 있는 것

 

내 꽃은 장미

내 꽃은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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