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뷔페에 갔다가

닭털주 2024. 2. 5. 10:21

뷔페에 갔다가

 

주상태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

몸을 생각한 것부터가

몸을 망치는 일이었다

맛있는 것을 고민하지 않지만

맛있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곳은 천국이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부터

하늘 높은 곳까지

인간의 손이 뻗칠 수 있는 모든 생물

심지어 화석이 된 것까지도

밥상 위에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발걸음도 가볍게

무중력 상태로 허느적허느적

마음이 가는 대로 몸도 따라간다

머리로는 몸을 생각하면서

접시 한가득 야채를 가져오지만

몇 번이나 반복되는

불고기, 탕수육, 갈비찜, 육회, 닭다리는

인간도 생각 없을 수 있다는

어차피 인간도 동물이라는

느끼는 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닫게 하였다

테이블 한쪽에서

당당하게 혹은 거만하게 자리하고 있는

맛있게 먹는 법은 누구의 기준인가?

 

맛있게 먹는 법이 그들을 위한 것이라면

맛없게 먹는 법은 나를 위한 것이라고 여기며

 

순서없이

가차없이

 

눈에 닥치는 대로

입맛 당기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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