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개역에서
주상태
찢어지는 라디오 소리가
고물을 잔뜩 실은
하루 모아 하루 버티는
폐휴지 할아버지를 부르고 있다
코뱅맹이 소리로 앵앵거리는 아나운서는
삶과 무관한 뉴스를 흘리고 있다
버스는 사람들을 한 덩이 뱉어내고 휴식을 취하고
지하철로 올라가는
삶이 바쁜 에스컬레이트는
쉼없는 펌프질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가쁜 숨을 몰아 쉰다
부개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세상은 바쁘기만 하다
한 푼 돈이 아쉬워 각박해진 세상
두 푼 버는 죄로 주저하다가
거칠어지다가
투박해진 삶은
에스컬레이트에 오르지 못하고
쓰레기통 휴지도 되지 못하고
고물상 폐휴지로 담기지도 못하면서
잔뜩 머금은 바람에 날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