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부개역에서

닭털주 2024. 2. 2. 19:59

부개역에서

 

주상태

 

 

찢어지는 라디오 소리가

고물을 잔뜩 실은

하루 모아 하루 버티는

폐휴지 할아버지를 부르고 있다

코뱅맹이 소리로 앵앵거리는 아나운서는

삶과 무관한 뉴스를 흘리고 있다

버스는 사람들을 한 덩이 뱉어내고 휴식을 취하고

지하철로 올라가는

삶이 바쁜 에스컬레이트는

쉼없는 펌프질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가쁜 숨을 몰아 쉰다

부개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세상은 바쁘기만 하다

한 푼 돈이 아쉬워 각박해진 세상

두 푼 버는 죄로 주저하다가

거칠어지다가

투박해진 삶은

에스컬레이트에 오르지 못하고

쓰레기통 휴지도 되지 못하고

고물상 폐휴지로 담기지도 못하면서

잔뜩 머금은 바람에 날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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