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에 시달리다
주상태
평생 두통에 시달린 작가의 글을 읽다가
나도 작가였으면 하는 꿈을 꾼다
텔레비전 속에서만 연신 침을 바르고
세상 밖으로 침을 튀기면서 호소하다가도
언젠가 뒤돌아설 것 같은 사람들을 보다 보면
머리가 아파온다
가족의 아픔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강한 사람이었다가도 이기지 못함을 알고 나면
나도 작가였으면 한다
수천 만리 지구 속을 여행하다가
수만 리 우주 밖을 유영하다가
뇌가 시키는 대로
뇌세포가 꿈틀대는 대로
우울하게 만든 사람들 속에서 허우적댄다
흘린 땀은 여행의 즐거움
식은 땀은 여행의 고단함
비 갠 날 아침처럼
다시 돌아온 나의 삶을 보면
간질거리는 자유를 느끼고
두통에 시달리는 것을 즐기는 때가 오면
삶이 조금 보일까 보다